가을 정취를 온 몸에 담으며 공원과 강변을 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달리기는 특별한 소질이나 기술이 필요 없는데다 장소도 별로 구애받지 않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시작했다가는 뜻밖의 부상을 입거나 별 효과도 보지 못하고 다리품만 팔 수도 있다. 시월 상달,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달리기, 전신 운동의 지존
얼마 전만 해도 특정 부위의 지방을 빼준다는 '부위별 운동'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런 부위별 운동은 지방을 태우는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체력 강화라는 운동 본연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을 태우려면 유산소운동, 즉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흐르는 전신운동을 해야 한다.
달리기는 가장 대표적인 전신운동이다. 심폐지구력과 전신 근력을 늘려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 체중 조절 효과도 크다. 운동을 시작해 30분 정도까지 몸은 가장 사용하기 쉬운 근육 속의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30분이 지나면 축적해 놓은 지방을 태워 에너지원으로 바꿔 사용한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는 "달리기할 때 분출되는 땀이 전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 백혈구 수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하는 백혈구 수치가 늘어나면 면역력을 높이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근육을 튼튼히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근육은 다리부터 쇠퇴하는데, 일단 쇠퇴하기 시작하면 요통이 생기고 뼈와 근육이 점점 약해진다. 이때에는 리드미컬한 상하운동을 하는 달리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또한 달리기는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달리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이에 동반하여 대장 움직임도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맥 울혈로 인해 생기는 치질이나 정맥류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특히 나이 들면서 가장 염려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꾸준한 달리기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늘리면 성인병의 주 원인인 '나쁜'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뇌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발에서 시작되는 자극이 뇌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여 두뇌 활동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무릎부상·아킬레스건염 등 빈발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첫날부터 무조건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적어도 3~4주일 동안은 걷기를 통해 근육과 뼈, 관절 등이 달리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준비시기를 거치지 않고 훈련량을 무리하게 잡으면 10~12주 후에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는 운동 가운데 특히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일명 '러너스 니(runner's knee)'라고 불리는 무릎 부상이다. 착지에 의한 충격은 달리기를 지지해주는 무릎 부분에 집중되므로 무릎 부위를 가장 주의해야 한다. 원인은 근육의 유연성이 없을 때, 낡은 신발을 신을 때, 무리한 주법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부분은 지나친 훈련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당장 달리기를 멈추고 하루 2~3회씩 무릎에 얼음찜질을 하면 효과가 있다.
아킬레스건염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아킬레스건은 달리거나 걸을 때에 필요한 근육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체중을 최종적으로 받쳐주는 부위다. 무릎과 마찬가지로 반복된 강한 충격을 계속적으로 받아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삐거나 기타 부상을 당하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 이를 예방하려면 우선 신발을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
쿠션이 적당하지 않은 신발을 착용할 경우 아킬레스건의 고장이 발 전체로 퍼져 나갈 수 있다. 또한 스트레칭이나 유연성 체조 등의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훈련했을 때에도 생긴다. 이 경우에도 당장 운동을 중단하고 아스피린이나 소염제를 먹고 염증이 치료될 때까지 하루에 두세 차례 얼음찜질을 한다.
운동량이 지나치거나 같은 운동을 반복하면 뼈에 스트레스가 쌓여 골절이 될 수 있다. 이는 바닥이 단단한 테니스화 등을 신고 달리거나 낡은 신발을 신고 훈련을 하거나 발에 과도한 충격을 주는 착지자세가 원인이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부딪힐 때 근육이나 인대가 늘어나는 염좌가 생길 수도 있다. 염좌는 조직과 혈관이 파괴되고 제자리를 벗어나는 것으로 고르지 못한 지면을 달릴 때 자주 발생한다. 염좌가 생기면 심하지 않더라도 일단 운동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달리는 도중에 경련이 생길 수도 있다. 근육에 통증이 생기면서 근섬유 사이를 지나가는 혈관이 압박을 받아 근조직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허혈 상태가 생기는 것이다. 이때에는 달리기를 멈춰 혈류가 통하면 통증이 곧 없어지며 후유증도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경련 증상을 예방하려면 훈련 전 물 한 컵을 마시면 좀 도움이 된다.
이밖에 돌연사 등 치명적인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중년 이후 나이에서는 동맥경화나 관상동맥질환 등이 몸 속에서 진행되더라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면 실신하거나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켜 돌연사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달리기에 도전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자신의 신체 기능에 이상이 없는지 먼저 체크하고,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이는 것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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