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전자 제품에 쓰이는 금속자원인 희토류의 수출 제한조치를 일본에 이어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수입국들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자원고갈을 우려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출 쿼터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위안화 절상압력을 받아 온 중국이 희토류 수출규제를 대응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올해 40% 내년 30% 수출 감축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상무부 관계자를 인용 내년 희토류 수출 쿼터를 30%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19일 보도했다. 이 관리는 “지금 추세대로 수출하면 15~20년 이후 매장량이 고갈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수출량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가 20일 “완전한 오보”라며 공식 부인했지만, 현실적으로 예년 수출량을 유지하는 것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이미 올해 희토류 수출쿼터를 지난해보다 40% 줄어든 3만258톤으로 제한했다. 이 중 상당수는 상반기에 수출돼 하반기 수출가능 물량은 전년 대비 72%나 줄어든 7,976톤에 불과한 상태다. 영국의 금속 및 광물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로스킬은 2012년부터 중국 내 전체 희토류 생산량이 중국 내 수요를 맞추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향후 수출은 더욱 제한될 전망이다.
자원 무기화 우려 증폭
희토류 수출을 축소하겠다는 중국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사실상 국제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를 자원무기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 스마트폰, 미사일 등 각종 첨단제품에 사용되는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수출량을 줄일 경우 가격 급등은 물론 제품 생산 자체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독점하면서 가격도 상승, 2002년보다 무려 12배 가까이 올랐다.
중국이 지난달 통관 지연을 통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결국 구속했던 중국인 어선 선장을 석방한 것도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 사례 중 하나다. 또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정부가 녹색 산업 분야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직후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서도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의 공급량을 조절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듯 중국도 희토류 공급조절을 통해 국제사회를 흔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세계 희토류 확보 비상
당장 주요 수입국들은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1980년대부터 희토류를 저가로 수출하자 경제성이 떨어진 자국 광산을 폐쇄했던 미국과 일본은 최근 희토류 채굴을 다시 시작할 것을 고려하거나 해외에서 대체 광산을 찾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 생산이 시작되기까지는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은 수입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20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수입국들은 중국에 대해 희토류 수출 제한정책을 완화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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