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코끝을 찌르고, 하늘은 더없이 높고 푸른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 손님인 단풍은 올해 유난히 일교차가 심해 시기적으로 늦지만 어느 해보다 곱게 물들어 있다. 서울시가 20일 발표한 ‘단풍과 낙엽의 거리’를 찾아 가을 정취를 느껴 보는 것도 뜻 깊은 가을나기가 될 것이다.
서울시가 선정한 ‘단풍과 낙엽의 거리’는 덕수궁 돌담길을 비롯해 모두 74곳. 우선 종로구 동십자각에서 삼청터널까지 1.5㎞ 구간의 삼청동길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아름다운 단풍길을 연출해 올해 처음 선정됐다. 경복궁과 삼청동의 화랑, 공방, 맛집 등이 늘어서있고, 삼청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덕수궁길은 은행나무·느티나무·회화나무 등 가로수가 잘 어우러져 고궁이 자아내는 품격 있는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낙엽 거리다. 근처에 시립미술관, 공연장 등이 있어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까지(3.05㎞) 이태원로도 가을이면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가 아름답게 물드는 곳이다. 남산 북측 산책로는 왕벚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서울의 대표 산책로로 유모차나 휠체어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천을 따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하천변 단풍길도 빼놓을 수 없다.
중랑천 성동교에서 군자교까지 송정제방은 3.2㎞에 달하는 울창한 나무 숲이 우거져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명소 중 하나다. 동대문구 중랑천 제방길 5.6㎞도 왕벚나무와 느티나무 단풍이 볼만하다. 강북구 우이천 제방길 3㎞ 구간과 서대문구 홍제천변길, 안양천 산책로, 여의도 윤중로 등도 하천을 따라 난 아름다운 단풍길이다. 양재천의 경우 초화류 300만 포기가 식재돼 화려함을 더한다.
서울 도심 공원에서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관악산 입구 2㎞ 산책길은 서울에서 가장 빨리 단풍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서울과학교육관, 영어마을 등 휴식공간이 많고 넓게 포장돼 있어 유모차 등이 다니기 편하다.
광진구 아차산에서 워커힐호텔까지 워커힐길과 인근 아차산 생태공원으로 연결된 아차산 오솔길, 서대문구 안산 산책로와 강서구 우장공원 내 산책로도 유명한 단풍놀이 장소다. 양재시민의숲과 인근 문화예술공원은 거대한 메타세콰이어 단풍길이 이국적이다. 석촌호수가 있는 송파나루공원도 왕벚나무 단풍이 아름답고, 올림픽공원과 뚝섬 서울숲, 보라매공원 등 대형 공원에도 경관이 아름답다.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에선 수줍은 코스모스 군락을 만날 수 있고, 노을공원에선 은빛 억새꽃이 장관이다.
강북구 4ㆍ19길과 인수봉길, 은평구 신사오거리부터 구기터널까지 4㎞ 구간 등 북한산 주변의 단풍길도 가을 명소다. 올해 서울지역 단풍은 이번 주말 북한산에서 시작해 다음달 초ㆍ중순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시는 다음달 중순까지 낙엽길이 유지되도록 관리ㆍ운영할 계획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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