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에서 발견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유전자원연구팀은 최근 생태사진가 이영선(50)씨의 제보를 받아 조사한 결과, 제주시 한림읍 금릉리에서 열대성 식물인 코멜리나 벵갈렌시스(Commelina benghalensis L.ㆍ국명 미정ㆍ사진)의 자생지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식물은 지상부는 물론 땅속에서도 꽃이 피고 열매도 맺는 독특한 생식기능을 갖는 종이다. 지상부에서는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해 깔때기 모양의 포에서 파란색 또는 보라색의 꽃을 피우고, 지하부에서는 꽃잎을 제외한 암술 수술 등 다른 기관을 정상적으로 갖춘 꽃을 피운다. 지하에서 피는 꽃은 전체가 얇은 막에 쌓여 있어서 매개곤충의 도움 없이 처녀생식을 한다.
이 식물의 열매는 꼬투리 모양으로서 지상부 열매에는 1개의 큰 씨앗과 4개의 작은 씨앗이 들어 있고, 지하부 열매에는 1개의 큰 씨앗과 2개의 작은 씨앗이 들어 있다. 1년생 또는 2년생 초본으로 길이 15~40㎝ 크기로 자라며, 줄기는 땅 위를 기거나 곧추서고, 가지를 많이 내 마디에서 뿌리가 나온다.
이 식물은 일본과 대만 이남의 열대와 아열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제주에서 발견되면서 제주가 북방한계선이 됐다.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에서 관찰되는 지중화 또는 지하화 생식현상은 한국에서는 처음 보고되는 것으로 땅콩에서처럼 지상에서 개화한 후 지하로 생장하여 성숙하는 지하결실현상, 일부 괭이밥이나 제비꽃에서 보이는 지상부 폐쇄화 현상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종은 지구상 30만여종의 육상식물 중 대략 100여종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상부가 초식동물이나 산불과 같은 피해, 과도한 고온이나 건조 스트레스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지하화 현상은 식물의 생식메커니즘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기후변화를 반영하는 진화 및 생태다”며 “보다 정밀한 조사를 거쳐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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