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의 '만리장성'을 허물어뜨릴 기대주로 태극마크를 단 중국 출신의 탁구 선수가 선택됐다. 석하정(25ㆍ대한항공)은 대륙에서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여자 탁구대표팀에 뽑힌 석하정은 11월 그토록 염원했던 아시안게임 무대에 선다. 세계무대에 태극마크를 휘날리기 위해 인내한 시간만 10년이 된 그는 탁구 귀화 1호인 당예서(대한항공)에 이어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만년 대표팀 4인자서 최근 급성장
석하정은 당예서와 함께 2000년 대한항공 연습생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1년만 지나면 귀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탁구에 매진했지만 복잡한 귀화 절차 때문에 태극마크 꿈은 점점 멀어졌다. 2007년 석화정은 마침내 귀화 시험에 붙었다. 하지만 그는 무뎌진 경기 감각 탓에 쉽사리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대신 같이 한국행에 몸을 실었던 당예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며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그동안 석하정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당예서의 그늘에 밀려 대표팀 4인자로 만족해야 했다. 이로 인해 3명이 주로 나서는 세계선수권과 국제대회 단체전에서 벤치만 지켜야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대회에서 난적 중국 선수들을 제압하는 등 눈부신 성적을 거둔 석하정은 세계랭킹이 15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석하정은 "2008년까지는 오랫동안 대회 경험이 없었던 까닭에 경기 감각이 무뎌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감각을 찾았고, 경기 운영 능력도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이달 초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컵팀 탁구대회에서 석하정은 중국의 간판 스타 리샤오샤를 3-2로 물리쳤다.
그는 "중국 대표팀의 궈예, 리샤오사 등은 중국 안산시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봐온 선수들이다. 이들과 경기는 항상 이길 자신이 있다"며 "당예서 언니가 동메달을 땄는데 동메달보다 빛나는 메달을 차지하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10년간 참았던 '눈물 스토리'
파워탁구를 구사하는 석하정은 광저우에서 단체전, 여자복식, 혼합복식에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는 "중국 벽을 넘어야만 메달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풋워크 훈련으로 스피드와 잔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정화 여자대표팀 감독도 석하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는 "임신으로 빠진 당예서의 공백을 석하정이 충분히 메워주고 있다. 특히 중국 출신이라 중국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시원시원한 탁구를 하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탁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수영을 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난 석하정은 172㎝로 우수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 하는 대회라 부모님이 관전하겠다'는 물음에 석하정은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이 제 경기를 본 적이 없다. 이번 대회도 떨려서 경기장에 올 수 없다고 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쾌활한 성격을 지닌 석하정은 눈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10년간 노력이 결실을 맺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그는 "원래 눈물이 없다. 하지만 메달을 딴다면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메달을 위해 10년을 인내한 석하정의 '눈물 스토리'가 광저우에서 연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 석하정은
●생년월일 1985년 1월11일
●신체조건 172㎝, 58㎏
●본명 쉬레이
●소속 대한항공
●세계랭킹 15위
●주요 경력 세계선수권 대표(2008~)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2010)
●수상 경력 전국남녀종합선수권 복식 우승, 추계 회장기 실업대회 단식 우승, KRA컵 슈퍼리그 단식 우승(이상 2009), 전국남녀종합선수권 단식 우승(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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