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명성 제고를 주장하며 문제기업을 겨냥해 온 '장하성 펀드(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 소송 절차에 착수, 태광그룹이 협공을 당하는 형국에 빠졌다.
장하성 펀드의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소장 김선웅)는 "이호진 회장이 중요 회사자산을 개인회사로 넘겨 회사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태광그룹 감사들이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라고 청구해 놓은 상태다. 감사들이 이를 이행치 않으면 연구소측이 주주들을 대신해 대표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소가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 첫째는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동림관광개발이 개발하는 골프장 사업에 계열사들이 회원권을 미리 사주는 형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자, 계열사의 가치를 떨어트렸다는 대목이다. 또 태광산업이 티시스(옛 태광시스템즈)에 전산 관련 영업자산을 양도하고 태광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화섬 주식과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고 단순 시가에 매각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점 등이다. 김 소장은 "4가지 사안에서 드러난 태광산업의 손해액만 700억~8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펀드가 태광그룹 경영의 문제점을 직접 지적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 2006년 "이 회장이 태광산업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태광그룹은 펀드측에 경영참여를 제의했고 펀드측은 "이 회장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며 실제 지분투자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주주들의 감독이나 감시를 귀찮아하고, 우리에게 더 이상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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