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는 후진적'이라는 세간의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 정치에 정책 담론 경쟁의 싹이 움트고, 선진형 정당정치가 자리잡을 가능성도 엿보이긴 하지만 갈 길은 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한국 사회가 정치의 기본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원칙, 주권재민, 3권 분립 등 헌법의 기본 가치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입법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오랜 권위주의 통치 동안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던 입법부의 잔재를 털어내고 헌법정신에 기초해 의회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야 주요 정당의 정체성이 불확실한 부분도 자주 지적된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국가 발전 방향이나 노선, 정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없다 보니 여야의 차이점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지역 중심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들이 지역 외에 다른 기준을 갖고 투표할 수 있도록 정책 경쟁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극단적 여야 대결 구도도 도마에 올랐다. 이내영 교수는 "여야는 제로섬, 사생결단,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관계여야 한다"며 "정치가 점잖아져야 하는데 여전히 사나운 정치가 횡행하는 게 국민 불신을 심화시켰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진보 담론 경쟁, 복지∙공정사회 이슈 활성화 등 최근 정치권의 논쟁에서 희망을 보았다는 평가와 함께 구체적이고 치열한 논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는 최근의 진보, 공정사회, 복지 논쟁은 바람직해 보인다"며 "레토릭(수사)에 그쳐 선거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구체적 쟁점을 갖고 세밀한 논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내영 교수는 "근본적 논쟁을 하지 않고 정부∙여당이 시혜를 베풀듯이 접근하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논란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 "상향식 정당 운영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의원, 일반 당원의 목소리가 당 운영에 대폭 반영돼야 정당 정치 발전도 가능하다"(이정희 교수)는 고 주문도 나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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