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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희 대신 美로 입양된 다큐멘터리 감독 볼셰이씨/ '진짜 차정희'를 찾아다니며…"진정한 나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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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희 대신 美로 입양된 다큐멘터리 감독 볼셰이씨/ '진짜 차정희'를 찾아다니며…"진정한 나를 발견"

입력
2010.10.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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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살면서 당신의 자리에서 내가 살아왔다는 죄의식을 가져왔다."

"나는 아버지를 찾고 가족과 함께 살았지만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나. 내가 오히려 가슴이 아프다."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 미국 가정에 입양돼 44년을 살아온 한국계 다큐멘터리 감독 디안 볼셰이(58ㆍ여)씨. 그는 지난 해 겨울 10년 가까이 찾아 헤매던 '진짜'를 만난 이야기를 18일(현지 시각) 미국서 열린 한 국제입양문제 토론회에서 밝혔다고 19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의 이야기는 1966년 전주의 한 고아원에서 시작된다. 미국인 볼셰이 부부는 자신들이 후원하던 여덟 살 고아 소녀 차정희를 입양하기 위해 한국에 온다.

그러나 그들이 입국하기 며칠 전 차정희의 아버지가 고아원에 나타나 딸을 데려간다. 난처해진 고아원은 차정희와 닮은 강옥진을 볼셰이 부부에게 차정희라고 속여 입양시킨다. 강옥진의 손에는 차정희의 여권이 들려 있었다.

강옥진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디안 볼셰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성장, 어엿한 저명 다큐멘터리 감독이 됐다. 그는 비영리기관 '아시아 아메리카 미디어센터'에서 일하며, 수 차례 국제영화제의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진짜 차정희와 뒤바뀐 운명을 산다는 번민을 떨치지 못했다.

볼셰이는 자신의 뿌리와 진짜 차정희를 찾겠다는 결심과 함께 자신의 운명을 소재로 입양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한국에서 생모를 만나는 과정을 담은 2000년작 다큐멘터리 '복잡한 정체성 중 진정한 자아(First Person Plural)'로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작품은 그 해 12월 공영방송 PBS를 통해 미 전역에 방송됐다.

하지만 그는 진짜 차정희를 찾는 노력을 계속했고, 그녀의 사연을 듣고 추적에 나선 경찰 등의 도움으로 지난해 겨울 경기 남양주에서 주부로 살고 있는 진짜 차정희를 만났다.

볼셰이는 이 과정도 영상에 담았고, '차정희 문제'라는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달 미 PBS 방송을 통해 다시 방영됐다.

볼셰이 감독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시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에서 이 다큐멘터리 시연회를 한 후 국제입양문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볼셰이는 "뒤바뀐 운명으로 처음 미국땅을 밟았던 입양 당시 신발을 진짜 차정희에게 돌려주고 싶었다"면서 "그 동안 간직한 신발을 그녀에게 되돌려주면 그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신발은 그녀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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