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딴따라(연예인), 이 빼고 군대 면제.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야구 선수, 어깨탈구로 군대 면제.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의원 아들, 빽 써서 모두다 공근(공익근무요원).'
최근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동요를 패러디한 노래를 인터넷에서 듣고 배꼽을 잡았다. MC몽의 발치 사건을 비꼰 내용이었다.
병역 면제를 향한 애틋한 열망을 주체할 길이 없어 불법을 저질렀다가 당국에 적발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연예인, 프로스포츠 선수, 정치인 관료의 자녀가 부지기수다. 이들은 그 저명성으로 인해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런 불법 병역 면탈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파장도 엄청나다. 특히 병역을 성실히 치른 보통 사람들은 이들을 보면서 한없는 좌절감에 빠져들고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젊은이는 '나도 어떻게 대충 때울 수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명인의 불법 병역 면탈을 막기 위해서는 병무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담당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병무청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살펴보자.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무청은 매년 30여만명을 상대로 신체검사를 실시하지만 지난해 병역기피자로 의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경우는 전무했고 올해도 현재까지 두 건에 불과하다. 이는 첩보를 바탕으로 한 인지수사를 통해 올해만 병역기피 혐의로 21명을 적발한 경찰과 대조되는 수치다. 경찰이 단속해서 잡아 오면 병무청은 그냥 후속 조치나 하는 셈이다.
물론 병무청은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변명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이 정도의 적발 건수 차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병무청이 적발 의지가 없다는 말밖에 안 된다. 의지박약인 병무청에게 자신들의 요구대로 수사권을 준다고 해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유명인들에 대한 병무청의 특별 관리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같은 당 정미경 의원은 국감에서 "병무청은 (연예인 등에 대한) 추적 관리를 안 하느냐"고 따져 물었는데 병무청 관계자들은 우물쭈물 답변을 못했다고 한다. 유명인 병무 관리 리스트가 없거나 있더라도 병무청 관계자들도 잘 모를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는 얘기다.
하루 수천만 원을 버는 MC몽이 직업훈련하고 자격시험 친다고 병역을 연기해 줬는데 이런 일도 사실 비일비재하다. 같은 당 김학송 의원은 "허위사실로 입영을 연기했다면 공무방해인데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옳은 지적이다.
병무청은 유명인 병역 비리가 있을 때마다 항상 도마에 오른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매번 얻어터지는데도 안 바뀐다는 것이다. '뭐,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사건이 쌓일수록, 병무청이 이에 대해 무감각해질수록 국민들의 병무청에 대한 반감은 계속 축적된다는 점이다. 쌓인 반감은 결국 언젠가는 폭발하게 되는 것 아닌가. 솔직히 필자의 느낌을 말한다면 병무청은 9회말 투아웃 상황까지 몰려 있는 것 같다. 낭떠러지로 내팽개쳐지기 전에 스스로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명인 불법 병역 면탈과의 전쟁'을 벌여야 할 때다.
이은호 정책사회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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