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같던 배춧값을 잡기 위해 대량 수입한 중국산 배추가 애물단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 국산 배추 가격이 꾸준히 내려가면서 가격 차가 별로 나지 않는데다 소비자들이 기왕이면 입맛에 더 맞는 국산 배추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산 배추 가격이 제법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으면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다, 최근 서울 가락동도매시장에 반입된 중국산 배추가 유찰되면서 굳어지는 분위기다.
19일 서울 가락동도매시장에 따르면 18일 경매장에 반입된 중국산 배추 3트럭 중 2대가 경매 과정에서 유찰됐다. 배추가격이 도매가 기준 포기당 3,700원선까지 내려가면서 중국산 배추를 찾는 도매상들이 크게 줄어든 것. 시장 관계자는 “배추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기상 상황도 좋아 요즘 출하되는 배추 품질이 중국산보다 월등하다”며 “가격차를 상쇄하고도 남는 만큼 중국산 배추에 대한 소비심리가 약화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배추 판매로 관심을 모았던 시중 대형 마트에서 중국산 배추는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중국 배추가 인기 있었지만 이내 판매가 둔화 됐다”며 “그래서 추가 수입은 하지 않았고 현재 국산 배추만 매대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수입상들로부터 중국 배추를 구입해 팔고는 있지만 재고 물량만 처리되면 추가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가 뒤늦게 주문한 물량 1차분 80톤이 이날 가락시장에 반입된 데 이어 2, 3차 도착분 80톤을 실은 배도 20일부터 부산항으로 입항할 예정이기 때문. 보관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썩어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가격은 더 내려가겠지만 중국산 배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수입 물량이 적어 시장에서 처분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춧값은 도매가격 기준으로 18일 3,761원에서 3,207원으로 554원(15%) 떨어졌고, 소매가격은 포기당 6,100원(17일)에서 5,014원(18일)으로 낮아지면서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5,000원대로 진입했다. 중국산 배추는 2,500원선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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