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가 흩어진 가락이라면 이 무대는 허튼 가락이에요.”
모든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자리라는, 피아니스트 임동창씨 특유의 설명이다.
19일 스튜디오09는 임씨가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에 맞춰 도 닦듯 조심스레 몸을 놀리는 배우들의 동작으로 가득 찼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를 계기로 위촉한 복합장르 음악극 ‘나무’의 시연회 자리는 뚜껑 벗긴 피아노에서 나는 강력한 타건음이 좌중을 압도해 갔다. 최초의 물고기를 상징하는 남녀 배우의 동작 등 원초적 몸짓들이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표현해 갔다.
원로 배우 백성희, 권성덕 씨가 낭송하는 박상천 시인의 언어는 생명의 순환을 무대 가득 흩뿌린다. ‘삶’, ‘그리움이 짖고 있다’, ‘헐거워짐에 관하여’ 등 17편의 시는 1시간 20분 동안 이어질 무대의 견고한 거푸집이다. 피아노 1대와 더불어 놋그릇 12개, 오카리나 20개 등이 빚어내는 선율과 화답하는 것이 배우들이 내는 구음(口音 )이다. .
연극, 무용, 국악, 미디어아트,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일가를 이룬 예술가들이 녹색 성장이라는 화두 아래 협력해 빚어내는 무대다. 무대 디자이너 박동우, 미디어 아티스트 최종범, 재불 오브제 아티스트 홍현주, 사진작가 임종진 등 참가자 면면이 호화롭다. 중견 배우 정동환 남명렬, 연극과 무용을 넘나드는 무용수 박호빈, 판소리와 오페라를 합일시킨 한국 판페라단 예술감독 오지윤 등 실제 무대를 꾸밀 배우와 가수들이 그에 화답한다.
임씨는 “대금 명인 이생강씨와 협연한 음반 ‘공감’ 등을 통해 대중의 높은 호응을 사기도 했지만 이번은 배우들의 움직임, 시 낭송 등 변하는 환경에 맞춰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자신의 삶에 진정 변화가 오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커다란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무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경천애인’이라고 했다. 11월 9일, 1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3216-1185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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