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결코 마르지 않는 자원일까? 지구상에 비만 계속 내린다면, 물이 마르는 사태는 벌어질 리 없다. 문제는 식수로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은 한정돼 있는데 인구와 물 소비량이 폭증하는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총량 14억㎦ 중 민물은 2.53%(3,500만㎦)에 불과하다. 더욱이 빙설 지하수를 제외하고 손쉽게 식수로 쓸 수 있는 민물은 0.01% 이하인 10만㎦에 그친다. 물 소비량은 인구 증가량보다 1.6배나 빨라, 2025년이면 27억명이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할 전망이다. 20세기가 블랙골드(Black Goldㆍ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Blue Goldㆍ물)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 물이 돈이 되는 시대이니, 기업들이 달려들지 않을 리 없다. 세계 1위 물 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Veolia)는 세계 66개국에서 연간 20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심각한 물 부족이 예상되는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상하이푸둥수도회사의 지분 50%를 3,400억원에 매입하는 등 아시아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2015년이면 20여 개의 물 전문 다국적기업이 세계 물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춘은 21세기에는 물 산업이 석유 산업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물은 공공재이면서 경제재이다. 하지만 물이 공공의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기업들의 돈 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따름이다. 다국적기업들은 하천 호수 등을 사들이고, 상ㆍ하수도 폐수처리 등 물 관련 인프라를 장악하려 혈안이다. 물 산업의 민영화는 '물의 상품화'를 부추긴다. 프랑스의 고급 생수 에비앙 1병(330㎖) 가격은 휘발유보다 비싸다. 인도의 빈곤한 마을에서는 가계 수입의 4분의 1을 수돗물 값으로 지불해야 할 정도다. 수도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오염된 물에 노출된 사람들은 콜레라 설사 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 물 산업의 민영화는 자연 생태계도 파괴한다. 기업들은 물을 확보하고 운반하기 위해 댐과 저수지, 운하를 만들고 하천의 수로를 변경한다. 상류층이 먹는 생수 때문에 지하수가 고갈되고 수질이 오염된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물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최근 내놓았다. 물 부족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물 상품화의 논리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양은 태초에 존재했던 물의 양과 동일하지만, 물의 상품화로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물의 공적 이용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야 할 시기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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