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음악회가 있어 가을이 더 풍요롭다. 열성파 동호인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연주자까지, 가을 무대의 스펙트럼이 단풍처럼 찬란하다.
55년을 이어오며 스위스의 실내악을 대표하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티링스(LFS)가 첫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여러 명반으로만 기억돼 온 연주단의 실연을 들어볼 기회다. 하마마츠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조성진(16ㆍ서울예고1)이 리스트의 피아노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저주’를 협연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고난도의 리스트는 조성진에게 쇼팽과 함께 “손이 잘 붙는” 작곡가일 뿐이다. 공연 후반부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도즈가 협연하는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이 연주된다.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
26일, 28일, 30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열리는 제 38회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는 전위의 정신으로 장전돼 있다. 국내에서 기획된 현대음악제 중 국제적으로 가장 인정받고 있는 전통의 무대다.
올해 범음악제의 하이라이트는 브랜트 윌리엄스(바이올린), 김자영(첼로), 김원각(클라리넷), 박은희(피아노) 등으로 이뤄진 현대음악 전문 악단 인하키(Enhake)의 28일 공연이다. 창단 첫 해인 2008년 플로만 체임버 뮤직 경연 입상을 시작으로 국제 실내악 앙상블 경연 우승 등 미국을 중심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단체다. 지난 5월 카네기홀 무대에도 오른 이들은 2011년 낙소스 레이블에서 음반을 출시할 예정이다.
26일은 이인식, 유진선, 노지은, 한용민, 이현민 등 한국 작곡가들의 신작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그룹인 판 페스티벌 앙상블이 연주를 들려준다. 30일은 작곡가들의 신작 트리오 작품 10곡이 연주된다. (02)586-0945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못하는 연주단인 한국아마추어페스티벌앙상블은 10회 정기연주회를 맞는다. 1998년 대학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뜻 맞는 이들이 모여 결성한 오존 체임버 앙상블에서 시작, 무지카 아카데미아로 개명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의사, 공무원, 회사원, 교수 등 전문직업인 400여명을 회원으로 둔 인터넷 카페가 이들의 거점이다. 자기 일을 하다 연주회 전 주 1회, 10여차례 연습으로 20여년 아마 연주가 생활에 만족했던 이들은 연주회 소식이면 오디션장으로 달려간다. 카페 창시자 천정현(43ㆍ의사)씨는 “2~3대 1의 경쟁을 뚫은 열정은 최고지만 음악에만 매진할 수 없어 괴롭고 아쉽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그간 알게 된 귀명창들을 모시고 소외 계층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10돌을 기념,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등 귀에 익은 실내악 작품을 위주로 한다. 오보에 주자 석유리 찬조 출연. 11월 6일 창천아트홀. (02)780-5054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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