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교사 종교인 예비역대령 등이 전문 대필자에게 돈을 주고 작성한 석ㆍ박사학위 논문이 무사히 논문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학사 출신 대필자가 인터넷 등을 통해, 그것도 하루 이틀 만에 짜집기한 것이지만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아 석ㆍ박사학위 권위를 추락시켰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9일 문서대행 사이트를 개설한 뒤 논문대필을 중개해 수수료를 챙긴 혐의(업무방해 등)로 김모(34ㆍ여)씨와, 의뢰인들로부터 편당 30만∼210만원을 받고 논문을 대필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이모(35)씨를 구속했다. 다른 논문대필자 2명과 의뢰자 32명 등 3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가장 많은 논문을 대필한 이씨는 편당 10만~210만원씩 모두 4,000여만원을 받고 39편을 대필했다. 이씨로부터 대필논문을 받은 17명은 짜집기한 사실이 너무 뚜렷해 제출하지 않아 처벌을 면했지만 22명은 심사를 통과했다 형사입건됐다.
이씨는 경기 지역 한 사립대 관광학과 학사가 학력의 전부이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논문 형식만 보고 내용 검토는 소홀히 한다는 데 착안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대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천의 한 의대 대학원 행정조교로 4년여간 근무하며 학위논문의 구성 요건과 형식을 익힌 그는 인터넷국회도서관이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을 검색, 유사한 논문을 짜집기하는 방식으로 표절논문을 대리작성했다.
이번에 적발된 이씨 등 3명이 대필해 통과한 논문은 박사 1명, 석사 26명, 학사 5명 모두 32명. 수도권대 12개, 지방대 20개다. 서울대 학부졸업논문을 비롯해 경희대 한양대 경북대 등 주요 대학 석사논문과 충청 지역 한 대학 신학박사학위 논문도 포함돼 있다.
형사입건은 되지 않았으나 학위심사를 통과한 석사논문은 이보다 훨씬 많고, 10만∼20만원짜리 대필논문도 수두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비전문가인 우리들도 문제의 논문을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이상하다는 점을 바로 알았는데 대학에서 통과시킨 것을 보면 한국 대학의 학위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며 “대필자가 워낙 많아 30만원 이상만 수사했는데도 이 정도였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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