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 당시 뛰어난 뛰어난 언변과 쇼맨십으로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던 칠레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40ㆍ사진)가 18일 미국 ABC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지하 생활을 살짝 공개했다. 그는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좌절하고 서로 반목하기도 했지만,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풀베다는 “귀마개를 하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고 한 동료가 소리쳐 사태를 파악했다”고 매몰 순간을 기억했다. 이후 탈출구를 백방으로 찾았으나 실패했고, 결국 그는 동료들에게 “출구는 없다. 우리는 피신처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설득에 나섰다.
광부들은 매몰된 이후 며칠 동안 비명을 지르고 서로 싸웠으며 구조를 기대하지 않는 등 좌절했다. 세풀베다 역시 살아 돌아갈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죽음을 대비하기도 했다. 세풀베다는 “어느 날 밤 소지품을 한 데 모아놓고 ‘광부로 죽겠다’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이 내 시체를 발견했을 때 ‘머리를 꼿꼿이 하고 위엄 있게 죽었다’고 인정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세풀베다에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두 아이와 아내를 남겨두고 떠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의구심을 버리고 다른 광부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버텼다. 간혹 생존 사실을 외부에 알리려 갱도를 폭발시키기도 했다. 세풀베다가 구출된 직후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등에게 선물한 돌멩이는 바로 이 때 만들어진 것이다.
매몰된 지 1주일이 지났을 무렵 드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17일이 지나자 드릴 한 개가 피난처에 들어왔다. 세풀베다는 “그것은 기적이었다”라고 당시의 순간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인생은 짧고 일순간에 잃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돈 걱정 말고 매순간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광산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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