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럽다. 세계2위 경제대국 중국이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정치개혁 청사진이 없다는 것이 그렇다. 성대한 잔치 상에 정작 먹을 것은 없었다. (딩단야ㆍ丁丹雅 중국 베이징스판ㆍ北京師範대 대학원생)."
정치개혁 논의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가 18일 폐막했지만 그 결과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19일"이번 5중전회는 향후 5년간 중국 경제발전목표를 명확히 제시했다"며 "그러나 최대 관심을 모았던 정치개혁에 대해선 '적극적, 안정적으로 정치체계 개혁을 추진한다'는 알맹이 없는 선언만 발표됐다"고 평가절하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에는 이번 5중전회에서 이뤄진 정치개혁 논의에 대한 논평이나 해설기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중국 언론은 약속한 듯 모두 입을 닫았다. 마치 언제 그리고 누가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는지 의아할 정도다.
<중국, 기적의 황혼> 의 저자이자 평론가인 웬젠(袁劍)은 "지난 30년간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문제들은 그 해결방안이 공론화된 상태이지만 심각한 현재의 경제 문제는 정치 문제와 깊이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그는 "정치개혁에 대한 이번 5중전회의 공식발표는 한 마디로'대이화지(大而化之: 되는 대로 두리뭉실하게 처리한다)'"라고 꼬집었다. 우스(吳思) 월간지 옌황춘추(炎黃春秋) 사장은 "5중전회의 정치개혁 발표문은 허탈할 만큼 실망스럽다"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경제에서의 제12차 5개년 규획(12ㆍ5 규획) 처럼 정치개혁에서 정형화된 틀을 마련하지 못해 침묵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리궁(北京理工)대 교수는 "중국은 이미 권력 시장성 경제체제에 진입, 관료자본주의 성격을 띄고 있다"며 "정치ㆍ행정개혁은 발등에 떨어진 불로 시급한 개혁 없이는 개혁개방 성과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중국 정치개혁에 대한 논란은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의 파장과 5중전회 개막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아직 이를 수용할 만큼 성숙된 사회ㆍ정치적 기틀을 마련하지 못했다.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저항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주창하는'중국식 보편적 가치'의 정의와 이론적 체계는 여전히 모호하다. 5세대 최고지도자로 확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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