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2년 전 잃어버린 지적장애 딸과 상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2년 전 잃어버린 지적장애 딸과 상봉

입력
2010.10.19 07:56
0 0

"눈물이 말라서 안 나올 것 같아요. 곧 산달이라던데 사는 모습이 그래서 마음이 짠해요."

잃어버린 딸을 22년 만에 만나러 가는 신모(62)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1988년 7월 딸 김모(당시 12)씨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집에서 이모 집으로 놀러 간다며 나간 뒤 사라졌다. 신씨는 지적장애를 앓던 딸과 단둘이 살던 터였다. 경찰에 바로 실종신고를 했지만 딸의 행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로부터 22년 뒤인 올 2월, 신씨는 "죽기 전에 딸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서울마포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다시 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수사가 쉽지는 않았다. 경찰은 신씨의 유전자정보(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보관하는 실종자의 DNA와 대조해봤으나 일치하는 자료가 없었다.

결국 올 8월 중순 경찰이 택한 마지막 방법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지방세 지로고지서에 딸 김씨의 사진과 이름을 넣는 것이었다. 신씨의 소망이 하늘에 닿은 걸까. 첫 대상지역이 경기 파주시였는데, 지로고지서를 배포한 지 얼마 안 된 8월26일 경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경기 연천군 전곡읍에 사는 장모(57)씨가 데려다 키운 여성과 고지서에 실린 사진 모습이 닮았다는 장씨 지인의 제보였다. DNA 대조결과 김씨는 신씨의 딸임이 확인됐다.

딸 김씨는 실종 이후 관련시설에서 보호 받다가 93년 11월 경기 의정부시 버스터미널 앞에서 다시 길을 잃고 헤매다 장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김씨를 친딸처럼 보살핀 장씨는 "주민등록을 못 만들어줘 안타까웠는데 친모를 만나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경찰은 18일 오후 딸이 살고 있는 집으로 신씨를 데려가 모녀상봉을 주선했다. 김씨는 임신 9개월로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그 동안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조차 모른 채 살아왔던 김씨는 1년간 동거한 남자 친구와 곧 결혼식을 올린다. 그때는 자신의 본래 호적으로 어머니와 함께 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친모 신씨는 형편상 딸을 다시 데려갈 처지는 못되지만 자주 왕래할 생각이다.

최종상 마포서 형사과장은 "비록 헤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났더라도 실종 당시의 사진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하면 가족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족의 의지가 중요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제보 역시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완 마포서 서장은 모녀상봉이 가능토록 도운 파주시 세정공무원에게는 표창장을, 제보자에게는 감사장을 조만간 전달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