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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21)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재능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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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21)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재능대 총장)

입력
2010.10.19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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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李)의 남자’가 돌아왔다. 이해찬 전 총리가 탁월한 업무추진력과 마당발인맥 등을 높이 사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공무원”이라고 극찬했던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이 ‘전문대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섰다. 재능대 총장이기도 한 이 전 차관은 최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직을 맡았다. 4년제 대학에 밀리고 마이스터고에 치이는 위기의 전문대를 구하기 위한 해결사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총장은 “취업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 취업사관학교 기능을 하는 전문대가 오히려 홀대받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니”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문대를 고등교육기관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4년제 대학의 아류 2년제 대학 정도로 인식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대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편견이 해소되고, 정부의 미흡한 행∙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고교 졸업생의 4분의 1 가량이 진학하는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가 정체성을 가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인터뷰=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_전문대가 왜 위기인가요.

“갈수록 역할 만큼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의 재정 지원에서는 늘 소외돼 있어요. 뿌리 깊은 학력중심사회의 정서적 인식이 가장 문제라고 봐요. 4년제대 중심이다보니 전문대를 직업교육을 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이해하지 않는다는거죠. 이런 인식은 대학운영에서 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고 있어요. 전문대에 대한 사회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직업교육 전문 고등교육기관으로 정착하는게 매우 힘들어질겁니다.”

_전문대 자체의 문제도 있잖습니까.

“수요자의 요구에 100%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동감합니다. 전문대는 현실에 안주해선 안 됩니다. 변해야 한다는거죠.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개혁을 통해 전문대 교육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해요.”

_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산업의 고도화 및 융합화가 두드러지고있어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국가와 산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 전문 직업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하는게 정답이라고 봐요. 이렇게된다면 자연스럽게 전문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국민들의 전문대 선호도 역시 높아지게 될겁니다.”

_전문대의 커리큘럼도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문대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의 실무형 전문인력을 양성해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교육과정과 커리큘럼이 얼마만큼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해봐야 할 겁니다. 실제로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아요. 지금보다 더욱 현장중심교육에 맞는 교육과정과 커리큘럼이 되도록 개선하는게 필요해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산업체 전문가 협의체인 SC(Sector Councils)를 참여시켜 산업현장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합니다. 현장중심교육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미이지요.”

_현대 사회는 실무능력외에도 인성(人性)도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문실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공 관련 교과의 비중이 큰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성도 더불어 강화하는 방향으로 많은 전문대학들이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있어요. 예를들어 제가 몸담고 있는 재능대의 경우 ‘명사특강’과 ‘봉사활동’ 등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어울리는 인성을 가르치고 있는 식이지요.”

_수업연한을 자율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업연한 자율화 문제가 제기된 근본적인 이유는 전문직업인 양성이라는 전문대의 고유한 역할과 맞닿아 있다고 봐요. 전공심화과정도 같은 맥락에서 개설됐습니다. 갈수록 산업은 고도화되고 융합화돼 고급기술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전문대는 수업연한에 묶여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하는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선진국형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한 인적자원 수요의 다양성에 부합하는 수업연한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말입니다.”

_선진국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선진국의 직업교육 흐름은 학사는 물론 석사과정까지 인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어요. 고등교육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됩니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부분은 전문대의 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이 유지되는 측면에서 수업연한 자율화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_전문대가 정부 지원에서 홀대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문대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지원이 적은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24.7%가 전문대생들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전체 고등교육 예산 5조500억원 중 전문대 지원금은 고작 5.6%입니다. 지난해 재정 지원 추이를 만? 일반대는 1조 4,839억 원으로 84.5%, 전문대는 2,724억 3000만원으로 15.5%였어요. 지원은 해마다 점점 줄고 있어요. 단순히 전체 고등교육 예산 혹은 일반대 대비 몇 % 지원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어요. 전문대가 전문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적어도 4년제 대학에 지원하는 수준정도로는 획기적으로 지원돼야 합니다.”

_재정 지원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전문대에 관심이 큰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믿고 있어요. 이 장관이 취임식때 전문대 지원을 약속했고, 대통령도 직업교육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맺을 겁니다.”

_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를 명문화 하는 법령을 만들 필요성은 없나요.

“안그래도 국회에서 직업교육진흥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요.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선진화된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선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이런 측면에서 관련법을 제정해야 해요. 이런 적극적인 장치를 통해 학력보다는 능력이 인정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교육비 완화 및 청년실업 해소의 성과를 이뤄내는데에도 기여할 겁니다.”

직업교육진흥특별법은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과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주도하고있다. 전문대의 직업능력 개발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전문대와 산업체간 산학과 협동을 통한 고용촉진, 전문대 졸업생에 대한 채용장려제 도입, 전문대 우수 졸업자의 지방 공무원 특별임용, 전문대와 지역산업체를 연계한 산업기술교육 클러스터 육성 등이 골자다.

_전문대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대학에 대한 모든 정책 기조는 철저히 선택과 집중으로 바뀌고 있어요. 선택과 집중은 대학사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대적 화두입니다. 그렇지만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사회는 공정한 게임 규칙을 만들어 사회적 약자도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패자에게도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입니다. 전문대는 일반대에 비해 약자임에 틀림없어요. 전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 또한 사회적 약자가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에 대한 문제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겁니다. 먼저 지원을 통해 기회를 주고, 그 결과를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해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은 어떤 형식으로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어요. 다만 전문대가 직업교육 선진화 모델을 도입해 교육경쟁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 사학의 특수성을 최대한 감안해 구조조정이 적절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총장은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CEO로 있는 재능대 개혁을 소개하기도 했다. 2007년 부임한 그는 학과 재구조화를 통해 호텔외식조리과 항공운항서비스과 등 특성화 대표학과를 신설했다. 항공운항서비스과의 경우 학교 안에 항공기내 규모와 똑 같은 시설을 만들어놓고 철저히 실습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능대는 또 수도권 전문대 중 처음으로 입시에서 내신등급 하한제를 선보였다. 내신 8등급 이하는 지원을 아예 제한하는 조치로, 기본 실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은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_직업교육의 한 축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있는 마이스터고는 성공한 정책인가요.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하고 여전히 전문산업인력에 대한 인식이 낮은 우리의 상황을 타개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고 보고있어요. 고등학교 단계에서의 현장실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특성화 학교로서의 기능과 역할은 맞습니다. 그런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요. 인천과 부천지역 마이스터고 교사들과 자주 대화를 하는 편인데, 여전히 학생들은 취업보다는 진학을 더 원하고 있다는겁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단순한 업무의 반복이 마이스터고 진학생들에게 졸업 후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마이스터고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학생들이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게 걸림돌입니다.”

_대책이 필요하겠네요.

“마이스터고는 제도적 보완을 계속해야 합니다. 동시에 직업교육 혹은 전문산업인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시급히 개선돼야 해요. 이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비관적으로는 보고 싶지 않아요. 다양화 다원화가 시대적인 대세가 된 상황에서 학력과 직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급속도로 바뀌고 있잖습니까.”

_전문대교육협의회의 위상 회복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전문대교육협의회는 각 대학들이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달라 일관되게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어요. 이걸 개선할겁니다. 지역별 간담회를 정례화해 협의회가 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활발한 소통의 진원지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적극 참여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요구할 생각입니다. 전문대의 특성화를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교육적 과제는 전문대와 일반대 모두에게 부과된 숙제라고 판단해요.”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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