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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만 상대하던 B2B 기업 '대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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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만 상대하던 B2B 기업 '대중 속으로'

입력
2010.10.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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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은 곳에 설치하는 공기청정시스템 '클린게이트' 를 만드는 중소기업 HNC사는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 마케팅 이벤트를 처음으로 진행했다. 기업 고객만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 동안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던 이 회사가 SK M&C의 체험마케팅 전문사이트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의 사연을 접수, 한 곳을 뽑아 클린게이트를 설치해 주는 파격적 모습을 보인 것.

회사 관계자는 "전단지를 들고 찾아 다니며 제품 선전을 한 게 전부였는데 어린이 집, 교회 등으로부터 약 400개의 사연이 몰렸다"며"이번 이벤트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마케팅 방식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 고객만을 대상으로 상거래(B2B)를 하는 업체들이 대중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 일반 소비자와 다양한 소통 공간을 만들고 대중과 호흡 맞추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들어 온라인을 통한 대중과의 쌍방향 소통이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은 B2B 회사들의 변신은 당장은 회사를 알리고,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지만, 길게는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속에서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일반 소비자들의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미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건설용 펌프 전문회사 한국그런포스펌프는 지난달 말 업계에서 처음 펌프 전문 포털 사이트 'TBU(www.thinkingbuildings.com/korea)'를 열었다. 건설업계 종사자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펌프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이 관계자는 "친환경 시대를 맞아 갈수록 쓰임새가 다양해 지는 고효율에너지 펌프를 알리기 위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과 펌프의 상관 관계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며 "펌프를 어떻게 관리하면 더 오래 쓸 수 있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계 화학기업 한국바스프도 2003년부터 거래 고객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웹진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화학을 알리자'는 뜻에서 시작한 웹진에는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눈 높이 맞춘 화학실험에 대한 설명 ▦전문가 기고 등 다양한 정보들이 실려있다. 아울러 열혈 독자 퀴즈 이벤트, 녹는 비닐로 만든 쓰레기 봉투 등 신제품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스프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도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호응하고 있다"며 "웹진 담당 전문 인력을 두고 외부 회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회사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막연히 부정적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 화학에 대한 이들의 고정 관념을 깨지 않으면 회사에도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리콘 전문회사 한국다우코닝도 2004년부터 충북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실'을 운영해 왔고, 올해부터는 충북지역 환경과학 관련 동아리 학생들이 모여 만든 '그린에너지클럽'을 후원하면서 학생들을 초청 2박3일 일정의 과학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소통 공간 만들기는 온라인뿐만이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8년 경북 구미공장의 담을 없애는 대신 '행복테마파크'를 열었다. 공장 입구 공간을 분수대, 공연장을 갖춘 공원으로 만들었고 카페, 영화관, 도서관, 노래방 등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공장과 건물의 바깥 벽 그리고 입간판 등은 패션계열회사 코오롱fnc의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밝고 활기찬 색으로 거듭났다. 해마다 여름에는 문화마당에서 재즈, 클래식, 대중가요 등 다채로운 공연을 하고 있다. 일반인을 초청해 가족 케이크 만들기, 초콜릿 만들기 등의 가족 프로그램도 열고 있다.

삼성토탈은 충남 서산 공장에 '에코파크'를 조성해 일반인들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해안 명물 가로림만을 배경으로 고라니, 너구리 등 야생 동물과 꿩, 청둥오리 등 야생 조류 등이 서식하고 갈대 숲, 유채꽃 등이 공생하는 공간을 일반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SK M&C 관계자는 "온라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B2B회사도 대중의 반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공기청정시설을 설치한 공연장입니다'는 식으로 완성품 업체와 그 제품을 쓰는 업체가 공동 마케팅을 펼치거나, B2B기업끼리 제품을 함께 알리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입소문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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