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48)회장이 차명 보험계좌를 통해 최소 800여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태광그룹이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을 통해 현금과 차명주식 형태로 관리하고 있는 수천억원대의 비자금과 다른 자금이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으로 구성된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는 18일 "이 회장측이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흥국생명 저축성 보험계좌에 313억원을 넣어 관리했으며 2001년 이후에도 유사한 계좌에 5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간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해직 노조원들은 "이 회장이 조성한 별도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만간 검찰에 진정서를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태광그룹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이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 2007~2008년 태광그룹 특별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를 통해 당시 파악한 태광의 비자금 현황과 사용처, 나아가 국세청이 검찰고발을 하지 않은 이유 등을 규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세청은 특별세무조사에서 이 회장이 고(故) 이임용 전 회장에게 물려받은 비자금 중 차명계좌로 관리한 일부를 적발, 790억원을 추징했으나 고발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태광그룹의 케이블TV사업자인 티브로드가 2006년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 군인공제회측과 '경영권이 수반된 30%의 큐릭스 지분을 인수한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체결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30% 지분으로 사실상 큐릭스를 완전히 인수했다는 의미로 케이블TV 시장독점을 규제하던 당시 방송법에 배치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합병승인 철회도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화 및 태광그룹 사건수사와 관련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의 질의에 "검찰의 관심은 비자금으로 일선에는 늘 돈의 흐름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라고 강조한다"며 "두 사건 수사도 비자금 흐름을 파헤쳐 보겠다"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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