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역사가 관리 부실로 환기 및 냉방시설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18일 입수한 지하철 1, 2호선의 올해 7, 8월 환기 및 냉방 시설 관리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하철역의 절반 안팎이 냉각탑 누수와 기기 고장, 청소 불량 등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어 시민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호선 종각역과 동대문역은 냉각탑 노후로 누수가 심각해 열 교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사를 종종 찜통으로 만들었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 신정네거리역도 냉각수 펌프의 누수 현상으로 열효율이 떨어졌다.
2호선 을지로4가역의 데미스터(공기를 걸러 주는 필터 장치)실은 노즐 등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외부 공기 유입이 잘 안 되는 나타났다. 1호선 청량리역은 냉동기의 압축기 문제로 정상 운전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고 2호선 홍대입구역 냉각탑은 보호커버가 떨어져 나가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7월 26일에는 1 ,2호선 환승역인 시청역 대합실 공조기 댐퍼(공기량을 조절해 주는 기구)의 문제로 역류 현상이 발생해 대합실에 차가운 공기 대신, 고온다습한 공기가 공급되는 바람에 시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역은 천장에서 물이 새 승강장 배수관이 넘치면서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1호선 종로3가역 환기실은 배기 이상으로 한때 가동이 중단됐다.
1, 2호선 환승역으로 가장 혼잡한 역사로 꼽히는 신도림역도 점검 결과, 지적 사항이 무더기로 나왔다. 환기실 공조기와 주방 배기벨트가 불량한 것으로 나왔고 승강장 공조기 박스의 청소 상태도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2호선 신촌역 환기실의 경우 화장실 배기벨트가 불량하거나 아예 없었고 냉각수펌프는 누수량이 많은 데다 녹 발생도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는 7월 29일 조사 결과, 청소를 한 번도 하지 않아 데미스터가 완전히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7월 15일 실시한 전기실 에어컨 고장보고서에 따르면 1호선 신설동역과 제기역 일부 에어컨은 가동이 안 됐고 청량리역 일부 에어컨은 가동 10분만에 꺼졌다. 또 7월 16일 2호선 신촌역의 한 냉각탑 내 냉각수 수질을 측정한 결과, 레지오넬라균이 기준치의 320배나 초과 검출됐다. 신촌역의 또 다른 냉각수에서도 기준치를 50배를 초과한 레지오넬라균이 나왔다. 레지오넬라는 냉방시설의 오염된 물에 주로 서식하는 균으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서울메트로 전 고위 관계자는 "이런 문제점은 청소와 정비만 제대로 했어도 90% 이상 개선됐을 사항"이라며 "이렇게 많은 문제가 드러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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