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 회장이 계열사의 알짜 사업부를 떼 내 단 돈 24억원에 인수한 회사가 4년만에 자산 8,600억원대의 사업체로 성장,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급성장이 예상되던 STX엔파코의 건설 부문을 분리, STX건설로 만든 뒤 이를 강 회장의 개인 회사에 넘긴 것은 회사가 누려야 할 성장의 기회를 대주주가 유용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런 과정에서 강 회장의 자녀들도 지분 50%를 확보,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는 최근 '재벌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4차 보고서'에서 35개 기업 집단의 주식 거래 등을 분석한 결과,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 사례가 모두 108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중 STX는 신규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 사례가 6건이 돼, 계열사 수(16개) 대비 문제성 거래 비율이 37.50%나 됐다. 이는 분석 대상 기업 집단 중 가장 큰 것으로, 삼성(13.43%)이나 현대차(21.43%)보다도 높은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STX의 문제성 주식거래 의심 사례를 '회사 기회의 유용'으로 분석했다. 회사 기회의 유용이란 회사 경영진 및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 주주가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봉쇄하고, 이를 자신이 대신 수행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일컫는다.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대주주가 가로챈 것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형사고발 사안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STX건설이다. 이 회사는 2005년 STX엔파코(현 STX메탈)의 건설 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된 회사다. 그러나 STX엔파코는 곧 바로 보유 지분 100%를 24억원에 포스아이(이후 포스텍에 흡수 합병)에 매각한다.
포스아이는 강 회장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던 개인회사였다. 이후 유상증자 과정 등을 통해 강 회장의 자녀들이 대주주로 합류, 현재 STX건설은 강 회장과 두 딸이 75%, 강회장의 또 다른 개인 회사라고 할 수 있는 포스텍이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STX엔파코 이사회가 미래가 유망한 회사의 알짜 사업부를 헐값에 넘긴 것은 일종의 배임으로 볼 수 있다"며 "2005년 당시에도 매출 884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한 회사를 단 돈 24억원에 매각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채 연구위원은 이어 "STX엔파코가 비상장회사였던 데다 주주들도 주로 강회장과 STX 계열사라, 문제 제기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STX엔파코가 지난해 STX메탈로 이름이 바뀌어 상장이 된 만큼 과거의 행위로 인한 현재 주주들의 손해액을 추산, 주주대표소송 또는 형사 고발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STX건설은 2007년 7월 씨엑스디를 설립(지분 94%)하고, 지난 1월에는 캐비드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해 자회사를 계속 설립ㆍ인수하고 있어 회사 기회 유용 의심 사례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연구소는 또 STX건설이 사실상 STX 각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서 급성장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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