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5년째를 맞은 고려대가 지난 2000년 본교 내 대운동장을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두 번째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18일 "몇 년 전부터 추진해 온 첨단의학센터 계획안을 대폭 수정, 영화관이나 쇼핑몰이 함께 들어있는 대형 의학ㆍ문화ㆍ쇼핑 복합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이 성사되면 고려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대의료원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은 이를 위해 기존에 첨단의학센터 건립을 추진해온 담당 사업추진팀 인원을 대폭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 센터가 예정된 곳은 6호선 안암역과 고대안암병원 중간에 위치한 법인 소유의 공터로 현재까지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당초 의료원은 지난 2008년부터 이곳에 첨단의학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의학연구 중심병원'으로 변신한다는 취지였다. 의료원이 첨단의학센터를 건설하는 동시에 안암역과 지하로 연결, 영화관과 쇼핑몰 등을 입주시키는 대규모 복합시설로 조성할 경우 건설비용만 2,000~3,000억원 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안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정확한 사업 규모를 말할 수는 없지만 고대 본교와 병원을 아울러 안암역 인근을 한 번에 확 바꿀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측의 이 같은 사업 구상에 대해 학교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하고 있는 교수, 등록금 인상에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어떤 식으로 답할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의과대재학생(22)은 "수익이 학내 구성원에 돌아올지 의문인 상태에서 학교가 대형 쇼핑몰을 짓겠다고 나서는 게 보기에 안 좋다"고 말했다.
여기에 18일로 12일째 파업 중인 고대병원 의료진의 불만은 상당하다. 보건의료노조 김유진 정책국장은 "4.2% 임금 인상안에 대해 2.5%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수천억짜리 건물 지을 돈은 있는데 직원 월급 올려줄 돈은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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