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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비 없는 성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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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비 없는 성균관

입력
2010.10.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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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우연히 성균관을 제재로 삼은 드라마 을 보았다. 화면 속 성균관은 유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또 성균관 유생들은 기생과 어울리기도 하였다. 한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 정조 때라고 하는데, 그 시기 성균관은 날마다 유생으로 북적인 것도 아니고,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기생과 어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생들이 기방에 출입하면 몸가짐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나고, 그 소문은 뒷날 벼슬하는 데 장애가 된다. 이 때문에 기방 출입을 삼간다. 물론 내놓은 자식이라면 경우가 다르겠지만.

실제와 거리 먼 허구적 드라마

물론 예전 이란 드라마에 신윤복이 남장한 여자로 나온 것을 두고 어떤 분이 사료와 어긋난다고 타박한 것처럼 여기서 까탈스럽게 옳니 그르니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드라마는 허구일 뿐이고, 특히 은 스타벅스까지 등장하는, 현대와 중세를 뒤섞은 하이브리드 드라마일 뿐이니 말이다.

다만 참고로 말하자면, 성균관은 조선후기에 들어와서 거의 교육적 기능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국립대학에는 학생들이 잘 모이지 않았다. 원래 성균관은 기숙사 생활이 원칙이었고, 밥은 성균관 식당에서 먹어야만 하였다. 성균관 식당에서 하루 두 끼 밥을 먹으면 1점을 주고, 이 점수를 모아서 일정한 점수 이상이 되면 절일제와 도기과(到記科)를 칠 자격을 주었다. 절일제는 1월 7일에 치는 인일제, 3월 3일에 치는 삼일제, 7월 7일에 치는 칠일제 등이 있었다. 어느 시험이나 가장 높은 점수를 얻으면 정식 과거의 3차 시험인 전시(殿試)나 2차 시험인 회시(會試)에 응시하도록 허락했고, 또 그 아래 사람들은 일정한 점수를 주어 뒷날 정식 과거에서 얻은 점수에 합산해 주었다.

이렇게 혜택을 잔뜩 베풀었지만, 성균관에 학생들이 몰려들지는 않았다. 조선후기에는 3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치르는 정기 과거(식년시라고 한다) 외에 정시(庭試) 알성시 춘당대시 같은 별시를 많이 쳤고, 이 시험들은 아주 간단한 작문 문제를 내어 그 날로 합격자를 발표하는 것이었기에 굳이 성균관에 머무르면서 골머리를 앓으면서 경전을 공부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판이니 갑갑한 성균관의 기숙사 생활을 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거기에 당쟁으로 인해 성균관 유생 역시 당파에 따라 갈라졌으니, 나름대로 명예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제를 성균관에 굳이 보내려고 하지 않았다. 또 서울의 선비들은 이미 귀족화되어 지방 출신 선비들과 같은 기숙사에서 살면서 의식(衣食)을 공유하는 것을 큰 수치로 알았기에 성균관에서 지내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균관은 이렇게 해서 적적한 학교가 되고 말았다. 가을 석전(釋奠) 의식을 거행할 유생조차 구하지 못해 석전 시기만 되면 사람을 찾느라 난리법석을 떨기도 했으니,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의 모습이란 쓸쓸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입시 위주 공교육 근본대책을

유생이 모이지 않았으니,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명색이 국가 최고 교육기관에 학생이 모이지 않고 교육기능이 마비되자, 조정은 학생을 불러 모으기 위해 으르고 달래며 온갖 방책을 다 썼다. 하지만 그때만 반짝 하고 사람이 모일 뿐이었고, 이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요는 과거 합격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아니라면, 그 어떤 방법도 학생을 불러 모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조선이 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학생 없는 성균관에 대해 말하자니, 한국의 공교육이 절로 떠오른다. 예컨대 고등학교는 과거의 성균관과 달라 학생으로 가득하지만, 속내는 성균관과 다를 바 없다. 대학입시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이다. 대학입시에 관한 한 공교육은 사교육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미봉책만 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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