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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코리아 그랑프리/ 미래로 달리는 차… 머신들의 영암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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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코리아 그랑프리/ 미래로 달리는 차… 머신들의 영암 추격전

입력
2010.10.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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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슈마허는 전남 영암에서 웃을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자동차 업체의 머신(F1 경주용 차를 지칭)이 최고의 성능을 과시할까?

지축이 흔들릴 것 같은 굉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피드로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F1 대회가 열린다. 22일 전남 영암에서 연습주행을 시작으로 개막하는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24일 결승을 마지막으로 짧지만 화려한 축제를 마감한다.

F1 대회가 최고의 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인간과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스포츠와 자동차 산업이 결합한 것. 선수들의 중력은 통상의 3.5배, 운전석의 소음은 제트엔진에 맞먹는 150㏈로 한계 상황에서 경기에 임한다. 일부 F1 마니아의 경우, 경주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같은 엔진 소음을 듣기 위해 경주장을 찾는다.

▦F1 머신-기술의 향연

F1 경주용 차가 머신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반 차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차체는 첨단 탄소섬유 소재로 제작돼 가볍지만 강철보다 몇 배나 강력하다. 연료와 드라이버를 태우고도 무게는 620㎏에 불과하다. 쏘나타, 뉴SM5 등 일반 중형차의 중량이 1,400㎏인 것을 감안하면 3분1 수준의 무게다. 하지만 특수 소재 덕분에 사고가 나더라도 사망자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엔진은 운전석과 뒷바퀴 사이에 있다. 안정적 무게 중심 잡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F1 머신은 후륜 구동 방식이다. 타이어 바닥에는 홈이 없다. 일반 타이어는 바닥 무늬가 닳게 되면 접지력이 약해지지만 경주용 타이어는 반대다. 노면에 닿는 면적이 넓을 수록 접지력이 높아진다.

F1 머신의 엔진은 엄격한 제한이 있다. F는 공식을 뜻하는 단어 Formula의 약자로 말 그대로 자동차 성능은 대회 조직위의 공식에 따라야 한다. F1의 전성기인 1990년에는 소형차 수준의 1.5리터 엔진에 강제로 공기를 엔진에 넣는 터보차저 방식이 유행했다. 이같은 방식의 차는 1,500마력이라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배기량을 자연 공기 흡입방식, 2.4리터, 엔진의 분당회전수(rpm)는 1,800으로 제한됐다. 그 결과 현재 F1 머신은 700~800마력, 최대속도 시속 350 ㎞가량의 성능을 보이고 있다.

F1 차량 뒤편에는 독특한 모양의 날개가 달려 있다. 하늘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경주 중 날개는 약 1.5t의 힘으로 자동차를 누르는 역할을 한다. 이 힘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코너 회전과 직선 주로 주행에서 머신의 속도가 달라진다.

▦세계 자동차 업체, F1은 꿈인가 독인가

1990년대 F1은 전성기를 맞았다. 미하엘 슈마허라는 걸출한 스타와 자동차 업체, 타이어 업체 간 성능 대결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F1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자동차 업체에게는 품질을 보증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65년부터 실질적으로 F1에 참가한 일본의 혼다가 대표적인 예. 혼다팀은 수십 회나 우승을 기록하며, 세계인들에게 ‘기술의 혼다’를 각인시켰다. 덕분에 혼다는 일반 차량 수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품질이 입증된 업체라는 인식이 일반인들에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반대의 경우다. 세계 정상의 자동차 업체라는 명성을 등에 업고 2002년 F1에 진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9년까지 한번도 우승을 못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역시 도요타는 무난한 일반 차량이나 만드는 업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F1의 흥망은 자동차 산업과 직결돼 있다. 혼다와 도요타는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결국 경영합리화 조치의 일환으로 나란히 2008년과 2009년 F1에서 자존심을 접고 철수했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이 F1에 투입하는 매년 예산은 2억~5억달러. 도요타도 1년에 4억 달러(약 4600억원)나 쏟아 부었다. 글로벌 톱5에 진입한 현대ㆍ기아차가 안방에서 벌어지는 이번 잔치에 출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칫 돈만 쓰고 실속은 못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F1의 미래는

한때 F1 머신에 적용된 첨단 기술은 자동차의 미래를 미리 알아 볼 수 있는 가늠자로 인식됐다. F1머신에 적용된 직분사 방식, 터보차저 기술, 알루미늄 차체 제작 등은 수십 년이 지난 뒤 일반 차량 제작에도 적용된 탓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력한 힘보다는 연료 효율을 강조하는 자동차 제조 경향이 F1을 흔들고 있다. 미래 자동차의 청사진이 전기차, 수소연료 전지차 등으로 제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스피드’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전기차로 대신하는 데는 반세기 이상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F1대회의 차량 규격, 대회 운영을 총괄하는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는 최근 대회 개최지를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 등 신흥 국가로 확대하고 있다. 1년에 10개 대회는 유럽에서, 나머지 9개는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그리고 우리나라 등 비유럽 지역에 개최하고 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주최하고 있는 KABO의 이종진 실장은 “올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에 맞는 붐이 조성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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