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온리 원' (Only One)을 외치며 차별화를 지향하는 백화점들이 공통적으로 지키는 '쇼핑의 과학' 중 하나는 노른자위인 1층 전면에 화장품을 내세우는 매장 구성 방식이다. 화장품 고객의 백화점 전체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데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백화점의 첫인상을 좋게 하는 몫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화장품 매장 구성은 이 원칙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얼마 전 가을 매장위치(MD) 개편 때 신관 정문 앞에 있던 화장품 매장을 정문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보석, 패션잡화 매장과 바꾼 것. 이번 개편은 신관 개점 5년 만에 처음 이뤄진 일로, 흔히 백화점의 얼굴로 불리는 화장품 매장이 얼굴이 아닌 뒤통수에 몰려 있게 된 셈이다.
이유는 명동과 남대문에 걸쳐 있어 용산구, 중구, 종로구 등 강북 주요 지역의 고객뿐 아니라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까지 흡수하는 상권의 특수성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 측은 신관 1층 3개 출입구의 유동인구를 조사한 결과, 원래 화장품 매장이 있던 회현사거리 쪽 정문을 통해 입점하는 고객이 다른 출입구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를 얻었다. 정문이라고는 하지만 회현역과 접해 있는 3번 게이트, 본관과 접해 있는 2번 게이트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어 정문으로서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매장의 위치를 바꿨고 이는 즉각적인 매출 상승 효과로 이어졌다. 7월까지 평균 12.2%에 불과했던 본점 화장품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MD개편 이후인 9월 들어 23.6%에 달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화장품 구매 고객의 객단가가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매출 기여도가 높은 만큼 고객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각 브랜드를 새롭게 배치한 것" 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