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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치' 현실엔 없다, TV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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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치' 현실엔 없다, TV에 있다?

입력
2010.10.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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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도, 싱싱한 활어회와 얼큰한 매운탕도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울 술 안주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안주거리가 또 있다. 바로 정치 얘기다. 서로 근황 묻기로 시작한 술자리의 화제는 어느새 재테크를 거쳐 정치판으로 옮아간다. 지방선거,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의 정치권 이슈는 곧 대포집 이슈이기도 하다.

이제 정치 얘기가 안방극장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기를 소재로 한 SBS 수목드라마 ‘대물’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고, KBS는 12월 초에 인권변호사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내용의 ‘프레지던트’를 방송할 예정이다. ‘대물’은 정치 소재가 가진 전달력과 주연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지난 주(10월11~17일) 주간 시청률 1위(26.3%, AGB닐슨)를 기록했다.

정치 드라마, 현실로 나오다

그동안 정치 소재의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치 드라마는 대부분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MBC가 2005년 방송한 ‘제 5공화국’ 등 공화국 시리즈를 비롯해, SBS의 ‘코리아 게이트’(1995) ‘삼김시대’(1998) 등은 모두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토대로 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풀어낸 다큐 드라마였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방송 중인 SBS ‘자이언트’처럼 시대극 안에 정치를 녹여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대물’ ‘프레지던트’ 등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정치를 말한다는 점에서 과거 지향적인 기존 정치 드라마와 궤를 달리한다. ‘대물’은 1회부터 우리 해군 잠수함이 중국 영해에서 좌초한다는 설정으로 천안함 사건을 연상케 했고, “보수정당은 돈이 들어서, 진보정당은 돈이 없어서 친환경 개발을 못한다”는 국회의원 강태산(차인표)의 말 등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프레지던트’도 주인공으로 인권변호사를 내세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이 두 드라마의 주인공은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안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으로 그려진다.

허웅 SBS 드라마 국장은 “현실 정치가 드라마 소재로 등장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소재가 중첩되니까 새로운 소재를 찾게 됐고,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정치 이야기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과거에는 (정치를 다루는 것에 대해) 분위기가 부드럽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향 그리는 ‘대물’, 현실에 천착한 ‘프레지던트’

‘대물’의 주인공 서혜림(고현정)은 모기떼 때문에 시위를 하다 잡혀온 주민들을 위해서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냐”며 그들의 정당성을 변호한다. “맘 편히 아이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하던 그는 “물고기가 사라져 가는 강에 은어 떼를 몰고 오는 게 잘하는 정치”라는 검사 하도야(권상우)의 말을 곱씹으며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리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에 가깝다.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서혜림의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한편 인권변호사 출신인 장일준(최수종)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과정을 그리는 ‘프레지던트’는 현실 정치를 최대한 리얼하게 그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연출을 맡은 김형일 PD는 “정치인이나 그의 가족도 일반인과 똑같은 크기의 욕망을 가졌지만, 선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하는 현실 속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과 국민들 간의 간격을 좁히고,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주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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