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여야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달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 합의가 안 이뤄질 경우 옥외집회 금지 시간대를 재설정한 집시법개정안을 단독 상정해 강행처리도 불사할 태세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등 야권은 섣부르게 야간 옥외 집회를 제한하면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낳게 된다며 강력 저지를 다짐하고 있어 한바탕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 6월 30일까지 헌법에 맞게 법을 개정할 것을 입법부에 주문했다. 그러나 국회가 그 시한을 넘김으로써 관련 조항이 사문화하고 야간 옥외집회가 전면 허용되는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수면권에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는 이같은 '무법 상태'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며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야간 옥외집회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상태에서는 G20 정상회의를 안전하게 치르기 어렵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그러나 7월 이후 야간집회가 전면 허용된 이후에도 폭력사태나 일반시민의 수면 방해 등 한나라당이 우려하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야간 옥외집회가 위험하다는 막연한 예단으로 집회를 제한할 근거가 사라진 만큼 헌법상 보장된 집회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 경호ㆍ안전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서두를 이유도 없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논리가 팽팽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세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여당이 공언한 대로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 처리하는 것은 내년 예산과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앞둔 상태에서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민주당도 과도한 야간 옥외 집회를 우려하는 견해가 엄존하는 만큼 합리적 대안을 찾는 데 협조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면 합의점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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