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48)회장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케이블TV 시장 확대를 위한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태광그룹 유선방송 계열사인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를 승인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방송통신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를 심사하던 당시 이경자 상임위원(현 방통위 부위원장)이 인수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인수 허가가 결정됐다. 당시 이 위원은 태광측이 큐릭스 지분 30%를 미리 샀던 군인공제회측과 ‘유선방송 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에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옵션 계약을 맺은 것은 일종의 ‘위장전입’으로 ‘경영권에 대한 실질적 지배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최시중 위원장을 포함한 송도균, 형태근, 이병기 위원이 찬성해서 인수 결정이 났다.
당시 케이블TV 업계에서는 “티브로드가 방통위 인맥을 조직적으로 관리해 온 덕분에 승인이 쉽게 내려졌다”며 “방통위 A위원도 관리 대상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승인은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작성한 193개 국정과제 중 케이블TV 권역 규제 완화 방안에 포함됐던 사안”이라며 “방통위 출범 이전에 방향이 정해진 것을 방통위가 마치 태광그룹에 특혜를 준 것처럼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3월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심사를 1주일 앞두고 청와대 행정관의 성접대 사건이 불거지자 심사를 한차례 연기한 뒤 5월 15일과 18일 두 차례 전체회의를 거쳐 인수를 승인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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