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기
바닷가 햇빛에 앉아
너럭바위에 앉아
당신과 나
아이와 함께 천년을 바위 속으로 들어가
사슴과 목단과
시냇물이 흐르는 집에 들어가
벌거숭이 몸을 드러내고
볼따구니가 터지도록 머구쌈을 먹으며
사는 꿈 그거 알아 그런 꿈
● 지난주에 부산에서 사흘 동안 모두 여섯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그렇게 많은 영화를 집중적으로 본 건 제 인생에서 처음이었습니다. 각각 중동, 영국, 페루, 그리스, 뉴욕, 시베리아가 배경인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들을 보고 나니 세계 각국에서 얼마나 많은 남녀들이 연애를 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의 마음들은 얼마나 자주 어긋나는지, 그래서 또 얼마나 놀랍고도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겠더군요. 어쩌면 감독과 작가가 오늘도 영화를 만들고 소설을 쓰는 건 천 년 만 년 ‘볼따구니가 터지도록 머구쌈을 먹으며’ 하는 그 소박한 꿈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꿈인지 말하기 위해서인지도. 아무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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