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으로서 최경주, 김연아 선수의 선전 소식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환호하게 됩니다.” 1959년 3월 서울에서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미국 흑인 가정에 입양된 람보 세실(51) LA 보안국(Los Angeles County Sheriff`s DepartmentㆍLASD) 국장은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인 2세로서 조국에 대한 향수를 이같이 피력했다.
모국에 대한 그의 기억은 홀트아동복지회 출생기록부가 전부다. 친부모 기억은 전무하다. 평생을 키워준 양부모에게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양아버지는 이미 별세했고, 어머니는 벌써 91세. 미국인으로 산 세월이 길어서일까 작은 머리통, 거무스름한 피부색 등 외모로 볼 때도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서 그의 외모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라면처럼 뽀글거리지 않는 머리카락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속하지 못하게 했고, 피부색은 아시아계 미국인도 되지 못하게 했다. 그는 그렇게 이방인으로 사춘기를 겪어내야만 했다.
22살 되던 81년, 그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LA카운티에서 구조사로 활동하던 그에게 경찰이 될 수 있는 경로가 보인 것. 한국의 지역경찰 격인 보안국에 원서를 넣었는데 다행히 연락이 왔다. 그는 “소수 인종 특별 채용 기회에 우연히 발탁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래도 지역경찰의 책임자격인 국장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도 그의 모호한 인종적 정체성은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그간의 역경에 대해 그는 “열심히 했으니 여기까지 올랐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꺼렸지만 눈에는 언뜻 물기가 배어 나오는 듯했다.
세실 국장은 한국인 경찰로 부각되기보다는 미국 경찰로서 더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하지만 “한국 태생인 것을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그게 나의 성공을 얽매는 조건은 아니지 않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세실 국장의 꿈은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배우는 것이다. 그는 “김치, 갈비를 좋아한다. 이번 방한 기간에 김치 만드는 법을 꼭 배워 가족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해외 경찰들이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18일부터 22일까지 제5회 해외 한인경찰 초청행사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는 세실을 비롯해 게오르그 차스파리(23ㆍ독일 팔츠주 경찰기동대), 시모니 히 서(26ㆍ브라질 상파울루 경찰청) 경위 등 세계 9개 나라에서 온 한인 경찰관 13명이 참여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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