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와 함께 미 외교계의 3대 거물로 꼽히는 브렌트 스코크로프트(85)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82) 두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이상은 높았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이룬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스코크로프트와 브레진스키는 각각 포드와 카터 대통령 시절 안보보좌관을 맡으며 미국 외교의 주춧돌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자에서 “두 전직 안보보조관은 최근 이뤄진 대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하지 못했던 명확한 외교전략의 틀을 짜야 할 시기가 닥쳤다는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WP가 기획한 이 대담은 짐 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의 후임으로 부임할 토머스 도닐런 부보좌관을 위해 선배들이 준비한 당부의 메시지로 마련됐다.
대담에서 스코크로프트 전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에 초점을 맞추느라 실상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 정부의 부실한 외교실적을 꼬집었다. 이어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에 있어서 오바마 대통령은 확실히 매듭지은 게 없다”며 “유대인 정착촌 신축 동결을 60일 정도 연장토록 요청하는 식으로 미국의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크로프트도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 플랜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전직 보좌관은 현재의 외교정책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대 러시아 관계에 큰 진전을 이뤘고, 진행중인 아프간 전쟁 출구전략도 꾸준히 밀어 부칠 만하다고 인정했다. WP는 “두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처음 입성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와 소통하는 길을 많이 뚫었다는 사실엔 이견 없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과거보다 미국을 싫어하는 국제 여론이 줄어들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미 외교안보사의 새 장을 펼쳤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외교적인 공란이 모두 채워졌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두 외교 거물의 고언도 전했다. 두 보좌관은 이어 새로 안보보좌관에 오를 도닐런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에게 “안보보좌관은 기차가 정시에 운행되도록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차가 어디로 향하는지 정해야 할 직위이다”고 덧붙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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