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11월2일)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하다. 지난 2년간의 국정을 심판하는 중간평가의 성격이 있고, 2012년 차기 대선도 이번 선거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개혁 등 오바마 대통령의 각종 개혁입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도 중간선거 이후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집권 후반기의 국정방향과 개혁의 성패, 대선 전략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예상은 오바마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에 극히 불리하다. 우선 중간선거의 성격이 전통적으로 ‘반 집권당’이다.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한 곳에 주지 않는 ‘분할정부’의 정서가 강한 것이 중간선거다. 1942년 이후 17번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에서는 28석, 상원에서 4석을 평균적으로 잃었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이번에는 30년대 대공황 이후의 최악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 개혁 피로증 등으로 민심이 차가워 민주당의 참패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둬 과반을 확보하고, 상원에서는 다수당 지위까지는 아니더라도 5~6석을 추가해 과반에 육박하는 약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임기 2년)은 전체 435석 중 민주당이 255석, 공화당이 178석, 공석이 2석이다. 일부에서는 공화당이 과반(218석)에 필요한 40석을 물론 80석까지 의석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경합지역 100여개 중 민주당 현역의원의 지역구가 90개 이상이라는 데 근거한다.
전체 100석의 상원은 임기가 6년이어서 2년마다 3분의 1 정도를 물갈이 하는데, 이번에는 37석이 대상이다. 현 의석수는 민주당이 57석, 공화당이 41석, 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이 2석이다. 각 주 별로 2명씩인 상원의원은 하원의원에 비해 지역구가 방대하고, 재선율도 높아 의석구도에 급격한 변 화가 오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화당이 과반(51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는 것도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주지사 역시 전체 50개 중 37개가 선거를 치른다. 현재 23명인 공화당 주지사(민주당은 26명, 무소속 1명)가 3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간선거가 민주당에 비관적으로 나오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의 4분의 1이 이번에는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거나 아예 공화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 선거 막판 변수
선거의 윤곽은 드러났지만, 공화당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도 비관론 일색은 아니다. 막판으로 가면서 공화당 압승에 대한 견제심리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보수세력 내부에서의 불협화음도 들린다.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공화당 득세로 개혁이 후퇴할 것을 우려해 당일 대거 투표장에 나온다면 승부는 알 수 없다는 예측도 없지 않다.
민주당, 이탈하는 지지층 되돌리는데 안간힘
이런 점에서 민주당에게는 흑인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상당히 중요하다. 지지세력 중 흑인들이 여전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흑인이 지난 대선과 같은 투표율을 보인다면 선거 패배의 폭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상원 과반수를 수성하고, 하원에서는 다수당 지위를 넘겨주더라도 의석수 손실을 50석 이하로 줄인다면 중간선거의 특징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보다도 높은 80% 이상의 흑인이 이번 선거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 비영리조사기관인 ‘정치경제공동연구소(JOPES)’는 “20개 하원 경합지역 중 14개, 12개 이상의 상원, 주지사 선거 승패에 흑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민주당이 승리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선거자금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흑인 등 지지층의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놓고 “해볼만 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앞세워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실정을 끈질기게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공화당이 최근 내놓은 공약집 ‘미국에 대한 서약’은 재정지출 동결, 부유층을 포함한 전 계층의 감세 연장, 세액공제 확대 등 경제 현안이 대부분이다. 94년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비슷한 내용의 공약으로 40년만에 상ㆍ하원을 탈환했던 전략과 비슷하다.
티파티, 중간선거 이후에도 정국 뇌관 여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는 ‘티파티’이다. 보수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는 처음에는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으나, 지금은 극단적인 성향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오히려 반발과 우려를 사고 있다.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에너지부와 상무부 폐지,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저소득층 의료보험)의 단계적 폐지 등 미국 유권자들이 대부분 반대하는 공약을 표방하며 주류 공화당 후보를 물리친 티파티 후보들이 정작 ‘본선’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공화당 후보와의 여론조사에서 ‘필패’를 면치 못했던 민주당 후보들이 본선 맞상대가 티파티 후보로 바뀌면서 판세가 요동치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언론들은 이 때문에 공화당 주류 후보와 티파티 후보간의 예비경선을 두고 ‘보수주의의 분열’ ‘티파티는 공화당의 양날의 칼’ ‘ 반란자’라는 평하기도 했다.
티파티 후보는 하원에서 129명, 상원 9명 등 모두 138명으로 모두 공화당 간판을 달고 있다. 이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가 민주 공화의 중간선거 평가도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티파티가 공화당 주류와 융합하지 못하고 선거 후 파벌싸움을 일으키거나 아예 제3당으로 쪼개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 공화당 승리시 한국엔 어떤 영향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이번 선거 이슈에 한국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역대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 외교에 큰 영향주지 않았던 점 역시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의회지도부가 전면 교체돼 한미 관계는 그 직간접 파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화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양국 현안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이 다수다. 대체로 공화당은 찬성론이 민주당은 반대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만 예정된 일정에는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대로 11월 주요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때까지 양국이 이견을 해소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한국이 내심 의회통과 적기로 보는 '레임덕 세션(선거 이후 내년 1월 의회구성 사이 기간)'내에 처리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공화당이 의회구성 이후 처리하길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은 공화당의 강경성향을 감안할 때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바마 정부는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비핵화를 위해 제재란 강경입장을 유지하며 북한이 행동을 바꾸기를 기다려왔다. 다만 대화도 하나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최근 국무부 주변 분위기가 가라앉는 등 협상테이블로 가는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선거과정에서 '중국 때리기'로 효과를 본 공화당은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 할 것이다. 당장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압력이 지금보다 거세질 수 있는데, 이는 원화절상 압박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공화당이 선거이슈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방비를 축소할 경우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의 증액 요구로 나타날 수 있다. 벌써 미 의회에선 한국을 포함한 비전투지역 주둔비 삭감론이 목소리를 얻고 있어, 한미 양국 사이에 예상치 못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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