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부가 내달 11~12일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 이후 남북관계 국면 전환을 적극 추진한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어 이를 위한 남북간 물밑 접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17일 "내년에는 남북관계가 변화할 공산이 크다"며"이를 위해 G20 정상회의 이후 변화가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비슷한 흐름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남북은 각각 G20 정상회의와 3대 권력세습 등 내부 정치 일정으로 바쁘다"며 "현재 남북 모두 내년을 겨냥해 상대를 서로 자극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징후"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김정은 공식 등장 이후 강도 높게 남측을 비난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이런 기류는 내년이 현정부 집권 4년차로 사실상 남북관계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점과 연관돼 있다. 또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성향 유권자들에게 남북관계 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공석인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인선이 지연되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남북 해빙 무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내년은 김정은 등장 이후 첫 새해라는 점에서 식량난 완화 및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 남측의 인도적 지원과 남북 경협 재개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은 G20 정상회의 이후 남북관계 국면 전환을 겨냥한 물밑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제 정세도 남북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북은 천안함 사태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북한은 자신들이 천안함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공언한 만큼 이 문제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북이 물밑에서 조율한다면 얼마든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가령 1968년 북한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사건 때처럼 북한 지도자가 유감을 표명하는 등의 여러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천안함 사태가 풀릴 경우 남북 화해 흐름은 금강산 관광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에서조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할 만큼 '달러 박스'인 금강산 관광 재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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