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연일 여권의 대선주자를 의식한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대상도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서부터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변화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대표 취임 이후 급상승하면서 야권의 대선주자 중 1위를 차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손 대표는 전당대회 다음날인 4일 동서리서치가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1.8%를 얻어 박근혜 전 대표(31.5%)에 이어 2위로 급부상했다. 물론 박 전 대표와의 격차가 적지 않지만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정동영 의원 등을 따돌리고 선두로 올라섰다. 야권의 대선주자만 놓고 가장 선호하는 인물을 뽑는 조사에서는 7일 우리리서치 여론조사(37.0%), 10일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33.3%), 1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23.0%) 등에서 계속 1위를 차지했다.
요즘 민주당의 행보는 지난 2년 간의 수동적 태도와는 확실히 다르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항마 부재로 인해 여권 대선주자를 견제하기 보다는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내분을 기대하는 태도를 취해온 게 사실이다.
최근 민주당이 여성 대통령을 소재로 만든 SBS 인기 드라마 '대물'에 촉각을 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 당직자가 '정치 드라마가 현실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준비하는 등 '대물'의 진행 상황을 꼼꼼히 챙기는 당직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대물'의 인기에 민감한 것은 드라마 후광 효과로 여성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엷어지면 여성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첫 회에서 드라마 속 '민우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장면을 놓고서 전병헌 정책위의장이 당 공식회의에서 "'민'자가 아니라 '한'자를 써야 맞지 않느냐"고 견제구를 날린 것도 이런 우려에서다.
상대편 대선주자를 거침없이 공격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최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경기도 골프장 인허가 문제를 작정하고 제기한 것도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손 대표와 김 지사는 민주화 운동 경험, 경기지사 경력, 서민 이미지 등에서 유사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지지층은 겹친다. 이에 따라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지지율이 오르면 다른 사람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제로섬 게임'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 국정감사가 낙지머리 유해성 공방이 벌어진 '낙지 국감'으로 흐른 것도 다분히 오세훈 서울시장 견제용이란 해석이 많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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