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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시장 정보화 교육 현장 가보니…"IT, 배우니까 되네" 만물상 아저씨도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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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시장 정보화 교육 현장 가보니…"IT, 배우니까 되네" 만물상 아저씨도 웃음꽃

입력
2010.10.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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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카탈로그에 넣을 그림의 각도를 좀 기울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형에) 글자를 삽입해서 위치를 옮길 수 있나요?"

"(글자) 색깔도 바꿀 수 있죠?"

14일 오전 서울 신설동 삼송빌딩 2층 풍물시장 정보기술(IT) 교육장. 수업을 맡은 은선숙(43) KT IT서포터즈 과장의 '컴퓨터로 상품 카탈로그 만드는 법' 강의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이 쏟아졌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8명의 40~50대 남녀 중년 수강생은 이날 2시간 내내 시종 일관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 서울풍물시장 상인회에서 KT와 함께 재래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워드 문서 생성 및 편집, 파워포인트, 엑셀, 인터넷 검색 등 각종 정보화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마련한 무료 IT교육 프로그램 현장이다.

은 과장은 "원래 지난 달까지 끝났어야 될 초급반 교육 과정이 상인들의 요청으로 중급반을 새로 만들고 2개월 더 연장된 상황"이라며 "여러 곳의 교육장에서 수업을 해봤지만, 이 곳처럼 학업 습득 능력이 우수하고 열의가 넘치는 곳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날 수업시간 내내 수신을 알리는 진동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휴대폰을 집어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만큼 상인들의 열정과 의욕은 넘쳤다. 상인들은 수업에 필요한 고가의 노트북도 모두 자비로 구입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우리처럼 먹고 살기도 힘든 영세 상인들이 어려운 IT를 한다는 게 어디 쉬운 가요. 하지만 이제 정보화 교육 덕분에 '투잡'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풍물시장에서 중고 의류와 신발 가게를 하고 있는 이태문(38) 사장은 인터넷 고물상 개설도 준비하고 있다. 중급반에서도 성적이 좋은 편인 이 사장은 현재 자신이 직접 제작한 상품 카탈로그를 인터넷 쇼핑몰에 등록시켜 적은 액수지만 매출까지 올리기 시작했다.

정보화 교육으로 되찾게 된 자신감 또한 이 곳 상인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큰 소득이다. 풍물시장에서 시계와 썬글라스, 손톱깎이 등 각종 생활잡화점을 운영 중인 박정화(48) 사장은 "손님이 워낙 없다 보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가게 문만 닫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노트북으로 가게 운영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이고 자기 개발에 필요한 내용까지 공부하고 있다"며 "장사도 장사지만, 정보화 교육을 받으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라는 용기가 생긴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사장은 다음 달부터 상인회 주도로 문을 여는 '보물시티'(www.bomulcity.com)에 들어갈 상품 전시물 작업을 마치고, 개인 블로그 제작 공부에도 착수했다.

정보화 교육을 마친 영세 상인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광장시장에서 40년째 한복집을 하고 있는 박지원(56) 사장은 "들어오고 나가는 물량과 거래 명세표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 거래처와 이메일로 주고 받다 보니, 재고 관리가 쉬워진데다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면서 사소한 다툼도 없어지고 수입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에게도 정보화 교육 혜택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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