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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율전쟁, 문제는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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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율전쟁, 문제는 미국이다

입력
2010.10.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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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쟁의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금년 초의 1라운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 미국으로 몰렸던 돈이 위기가 진정됨에 따라 미국을 빠져나오면서 일어났다. 반면 2라운드는 최근 미국의 경기 회복이 신통치 않자 미 연방준비은행이 돈을 풀면서 시작되었다. 풀린 돈이 다른 나라로 흘러나가 환율을 내리자 이 나라들이 자본거래세 매기기, 외화 준비금 늘리기 등으로 환율이 내려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위기 덮어쓴 신흥시장국

이 전쟁은 미국이 이길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기만 하면 되지만, 다른 나라는 일일이 달러를 사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풀린 자국 통화를 환수해야 한다. 자본거래세를 매겨도 우회하는 방법이 있어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공정'하다는 것은 아니다. 풀린 달러가 가는 곳은 주로 신흥시장국이다. 이들 나라는 2008년 월가가 만든 세계적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을 쓴 결과 자산 가격 거품과 인플레 위험을 안게 되었다. 지금 그런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 단계에서 자금의 홍수를 맞게 된 것이다. 결국 신흥시장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저지른 위기의 결과를 자신이 덮어 써야 하는 셈이다.

미국이 의도대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주 타깃인 중국의 환율은 별로 떨어지지 않고 한국이나 브라질 같은 나라의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국이 단기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반면, 한국이나 브라질은 과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의 요구로 자본시장을 다 개방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의 정책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경기 후퇴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이미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존 국가채무가 심각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확장정책을 쓸 여유가 있다는 데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미국이 재정정책을 쓰지 못하는 것은 국내정치 때문이다. 여기서 당혹스러운 것은 지금 확장적 재정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바로 국가채무를 천문학적으로 늘려 놓은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부시정부 때 명분 없는 전쟁으로 조 단위의 군사비를 쓰면서 부자 감세를 한 세력이다. 여기에 이번 금융위기를 일으켜 놓고 그 재발을 막기 위해 규제를 도입하자는 데 반대하는 월가도 가세했다. 이들은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데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가진 미국인의 '거친 개인주의(rugged individualism)'를 이용해서 돌아오고 있다.

이 세력이 내달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전 세계가 내달 서울의 G20 회의에서 환율전쟁의 해결책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시기에 바로 현 세계적 위기의 근원이 된 세력이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본거래세 문제부터 해결을

이 둘이 서로 무관한 것은 아니다. 미국 국내정치에 문제가 있다면 G20 같은 국제 공조무대라도 제 역할을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혁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피해를 봐야 하는 개도국의 입장을 반영할 필요도 있다.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국의 환율전쟁 능력 차이가 단기 자본시장 개방 정도에서 온다면, 다른 신흥시장국도 자본 통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은가.

자본거래세가 우회하는 방법 때문에 효과가 없다면 거기에 대한 국제 공조를 논할 수도 있다. 미국이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을 써서 2라운드 환율전쟁의 근본 요인을 제거하라고 할 수도 있다. 미국이 원래 남의 말 잘 안 듣는 나라지만, 신흥시장국 입장에서 말도 한 번 못하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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