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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철조각가 송영수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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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철조각가 송영수 회고전

입력
2010.10.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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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쇠붙이에 아름다운 영혼을 깃들이게 한 사람’.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쓴 조각가 송영수(1930~1970)의 비문이다. 40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한국 조각사에 이름을 뚜렷이 새긴 송영수의 4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 ‘한국 추상 철조각의 선구자 송영수’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1950년대 말 한국 조각계에 생소했던 용접 철 조각을 과감히 시도, 추상 철조각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다.

6ㆍ25전쟁 이후 한국 조각은 석고를 이용한 사실적 인체 표현이 주를 이뤘다. 미술대학의 커리큘럼 역시 서구의 아카데미즘을 따라 두상, 흉상, 입상, 군상을 차례로 만드는 식으로 구성됐다. 1950년 서울대 조각과에 입학한 송영수 역시 출발은 인체상이었다. 그는 1953년 여인 입상 ‘희망’으로 제2회 국전에서 특선한 이후 4년 연속 특선을 하며 27세 때인 1956년 최연소 국전 추천작가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그는 방향을 틀었다. 당시 해외 조각계로부터 조금씩 소개되기 시작한 철과 용접이라는 낯선 재료와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1957년 작 ‘부재의 나무’와 ‘효’는 새로운 조형세계에 대한 그의 실험과 탐구를 보여주는 첫 작품들이다. 철판 드럼통을 잘라 펴놓고 그 위에 드로잉을 한 뒤 잘라내 종이를 말듯 이어붙여 완성한 작품으로, 인체의 수직적 이미지를 기본 형태로 하되 나무, 새 등의 형상과 결합시켰다. 이후 그는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용접 조각을 제작하며 국내 조각계의 흐름을 이끌었다.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1963년 작품 ‘십자고상’에서는 굵은 철사를 이어붙이는 방식을 통해 예수의 고통을 형상화했으며, 1965년 동판이 수입된 이후에는 철 대신 동판을 이용한 작품들을 주로 내놓았다. 196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출품작인 ‘순교자’는 ‘십자고상’과 마찬가지로 T자 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동판을 두들겨서 우글우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등 한층 추상성을 강조했다.

한 몸통에서 갈라져 나온 부리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표현한 ‘대립’(1967)이나, 가시처럼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빛을 형상화한 ‘생의 형태’(1967), 앙상한 뼈대를 가진 새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습을 조각한 ‘새’(1969) 등은 그의 용접 조각 기법과 표현의 완성도가 절정에 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표작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만들었던 송영수에게 새는 가장 중요한 모티프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 만든 ‘새’에서 부러진 듯 아래로 꺾여있는 새의 머리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그는 1970년 경부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을 제작하던 도중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기념탑의 설계안은 후배들에 의해 완성돼 추풍령에 세워졌다.

이번 전시에는 송영수의 1954년 국전 특선작인 석고 작품 ‘가족’ 등 초기 인체상부터 작고 직전 시도했던 테라코타 작품 ‘거위’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대표작들이 모두 나왔고, 그가 평소 지니고 다니며 아이디어를 담았던 99권의 드로잉북 등 각종 자료도 함께 공개된다. 전시는 12월 26일까지, 관람료 3,000원. (02)2188-6000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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