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스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과 일본의 ‘로스쿨 실패’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독일 법학은 영미법 체계와 대비되는 대륙법계의 중심에 있으며, 일본의 법학은 현재의 한국 법학의 기본적 토대가 됐다. 판례를 중심으로 발달한 영미법과 달리 대륙법은 법 이론을 중심으로 탄탄한 체계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법률가 양성 시스템인 로스쿨을 그대로 도입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 때문에 독일과 일본은 각 국의 현실에 맞게 로스쿨을 수정ㆍ도입했다. 하지만 독일은 도입 13년만에 로스쿨 제도를 폐지했고 일본도 로스쿨 출신자의 신 사법시험 합격률이 30%를 밑돌면서 ‘로스쿨 회의론’이 대세다.
우리보다 5년 먼저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상당수 로스쿨이 학생 유치 등 운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로스쿨 출신자들의 ‘신 사법시험’합격률은 25.4%로 역대 최저다. 로스쿨 도입 당시 예상했던 70~80%를 현저히 밑돌고 있다. 합격률 50% 이상을 기록한 곳은 74개 로스쿨 중 도쿄(東京)대 등 상위 4개가 전부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로스쿨도 2곳이나 됐다. 합격률이 채 10%도 되지 않는 상당수 대학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처음 1곳의 로스쿨이 문을 닫았다.
1971년 로스쿨을 도입한 독일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기존 사법시험 출신에 비해 법지식과 실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84년 로스쿨을 아예 폐지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