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찌개가 대체 뭐죠?”
경기 의정부시에는 한때 명물찌개라고 써 붙인 간판이 쉽게 눈에 띄었다. 명물찌개는 의정부시가 시의 대표음식인 부대찌개의 부정적 이미지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선택한 용어다. 부대찌개는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자리잡았음에도, 1990년대 말 경기 파주시에서 미군부대의 음식찌꺼기가 식재료로 공급된 사건이 터지며 그 이미지가 곤두박질쳤다.
시는 대표음식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름을 과감히 바꿨다. 1998년 11월 의정부1동 ‘부대찌개 거리’를 ‘명물찌개 거리’로 바꾸는가 하면, 시 주도로 식당의 간판을 바꿔가며 홍보를 강화했다. 또 2006년 가을에는 제1회 의정부 명물찌개축제를 개최하며 ‘명물’의 명예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역시 부대찌개는 부대찌개. 비록 6·25전쟁 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 다진 고기 등을 끓여 먹으면서 자리잡은 ‘초라한’ 부대찌개였지만, 그 이름은 시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 쉽게 바뀌지가 않았다.
현재 명물찌개라는 말은 거의 퇴출됐다. 부대찌개 거리를 포함해 의정부의 부대찌개 가게들은 대부분 부대찌개로 복귀했다. 의정부 명물찌개축제도 2008년 3회부터 부대찌개축제로 이름을 바꿨고, 이제는 시 공식문서에도 부대찌개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어떤 지역에서는 김치찌개도 명물찌개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등 그 의미가 너무 포괄적이었다”고 명물찌개 용어변경의 실패 이유를 설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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