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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인상된 자동차보험료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분야의 만성적 적자구조와 특히 올 들어 크게 높아진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의 비율) 등을 이유로 9월과 10월 연달아 보험료를 인상했다. 우선 12개 손보사들이 일제히 9월 신규가입자부터 보험료를 3~4%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3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은 10월에도 다시 2~3%포인트를 추가로 올렸다. 사상 유례없는 ‘두 달 연속 차보험료 인상’인 셈.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근거는 지속적인 손해율 악화.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70%대 초반을 넘어 올해는 꾸준히 80~90%대를 유지하고 있어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는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읍소하고 있다. 두 달 연속 보험료를 인상한 온라인사들은 특히 자동차보험 영업의 비중이 전체 사업의 90%를 넘을 만큼 절대적이어서 적자누적의 충격이 더욱 컸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손해를 전가하고 있다고 있다는 것. 손해율을 낮추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사실상 의무보험 성격인 자동차보험의 특성을 악용해 보험료 인상을 통해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여론이 나빠지다 보니 손보사들에 정부도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인상이 적정했는지, 담합 등 불공정소지는 없는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보험료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부당한 횡포였을까.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교통사고 정비요금 껑충 지난 5년간 5조원 적자 허덕"
최근 일반적 여론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이유를 살펴보기 보다는 ‘이번에는 몇 %가 올랐냐’는 사실에만 집중하면서 보험업계를 비판하고 있다. 이런 부정적 여론은 당분간은 보험료 인상을 억제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보험료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 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 5년간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손해율에 따른 경영악화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적자를 보지 않을 적정 손해율 수준을 대략 70%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손해율은 약 76%에 이르렀고 올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은 보험사가 내부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원인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정비요금 상승과 높은 교통사고 발생률을 들 수 있다. 정비요금은 자동차 정비업체의 공임비와 차량 부품가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올 6월 국토해양부의 정비요금 공표에 따른 공임 상승과 차량의 고급화로 인한 부품가격 상승 등이 보험료 인상 필요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2009년의 경우 23만2,000여건으로 전년대비 7.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러한 교통사고 증가추세는 결국 ‘나이롱 환자(가짜환자)’ 및 정비업체의 허위 부당청구 등 보험사기의 증가 추세로 연결돼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에게 보험료로 전가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자구 노력을 취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초과 사업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보험금 지급심사 강화나 잔존물 관리 등 보험금 사후관리 강화 노력 등으로 보험료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하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도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나이롱 환자 단속활동 ▦렌트카 비용 과다청구 해소 등을 위한 차량관련 제도 합리화 ▦교통사고 예방활동 ▦법무부와 양해각서(MOU) 체결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보험업계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손해율을 보험사만의 탓인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폭우 등 갖은 악재로 인해 올 9월 손해율이 90%에 이르면서 보험료 인상요인에 대한 문제는 이제 통제 영역을 넘어서고 말았다.
물론 높은 손해율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안이하게 생각해 이 문제를 보험사의 몫으로만 돌린다면 이는 자동차보험사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될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요인에 관한 문제는 보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보험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보험료 인상을 무조건적으로 통제하는 것 보다는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인상은 인정해주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 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보험사는 현재 진행중인 자구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보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허물어야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손해보험협회 보험업무본부장 이득로 상무
■ "성과급 잔치하면서 무슨… 과잉 수리·진료 새는 돈 줄여라"
자동차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리는 근거인 손해율을 낮추려면 소비자들이 내는 보험료를 더 거두어 분모를 키우거나,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인 분자를 줄이면 된다. 하지만 손해보험업계는 분자를 줄이는 어려운 방법 대신 분모를 키우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가입하지 않으면 법에 의해 과태료를 내거나 사고시 형사처벌을 면치 못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손쉬운 보험료 인상 방법이 잘 먹힌다. 보험료를 올려도 가입하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근본 원인은 보험금 누수에 있다. 자동차 정비업계에서는 견인업체에게 입고지원(일명 '통값') 명목으로 수리비의 30% 이상을 금품으로 제공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가 횡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비업체들은 정상적인 수리비 청구만으로는 직원 월급 주기도 벅차다고 한다.
정비업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청'(假請ㆍ부품을 교환하지 않거나 비순정부품으로 교환한 뒤 순정품 값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필요없는 부품을 끼워넣는 방법)이나 '공청'(空請ㆍ파손되지 않은 부품을 교환한 것처럼 순정품으로 장착한 후 사진을 찍어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법)등 기상천외한 수법을 동원하거나 못으로 차량을 긁은 후 '가해자불명사고'로 가장해 전체 도색을 하는 등 과잉수리를 일삼고 있다.
운전자들도 뒷차에 받혔다 하면 일단 목부터 붙잡고 나와서 병원에 드러눕기 일쑤다. 자동차사고환자 전문병원의 병실은 낮에는 환자가 넘치지만 밤에는 환자는 간데 없이 텅 비거나 술판을 벌이는 '허위환자'(일명 나이롱 환자)가 많다. 자동차보험 환자가 없으면 이런 병원 절반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란다. 보험사의 보상직원은 경상 환자나 적게 부서진 차는 가서 보지도 않고 전화로 처리하고 합의금과 수리비를 보낸다. 여기서도 보험금이 줄줄 새는 것이다.
단언컨대, 손해율 상승의 주원인은 자동차정비업소의 과잉수리, 블랙컨슈머(불량 소비자)인 허위 환자, 중소병원의 과잉진료 등 3대 보험금 누수 현상에 있다. 이를 먼저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최우선적인 일이다.
그 다음은 사업비를 줄이는 일이다. 손보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순사업비는 받은 보험료의 32.34%로, 2007년 31.78%, 2008년 30.76%와 비교할 때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일 뿐 아니라 당초 공표했던 적정 사업비보다 5.34%를 초과 사용한 수치다.
자동차보험 외에 다른 사업분야의 수익까지 합치면 손보사는 지난 5년 연속 1조원이 넘는 흑자를 내왔지만 최근 자동차보험료를 연달아 인상했다. 일부 손보험는 수천억원의 이익이 생겨 직원의 성과급을 1,000여만원씩 지급하면서서도 자동차보험료는 올렸다. 소비자의 분노를 살만한 일이다.
손보업계가 말로는 손해율 운운하지만 정작 근본 문제는 도외시하고, 언론이나 길거리 캠페인 등 홍보에만 치중하지 않았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작 중요한 사업비 절감과 보험금 누수를 막아 손해율을 낮추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책이 절실하다. 스스로를 계약자 자산의 '선량한 관리자'라 칭하는 보험사들은 소비자의 보험료를 진정 내 돈처럼 아껴서 썼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기 바란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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