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댐에서 내려오는 길에 영상테마파크에 들렀다.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난 우리는 힘들게 걸었던 것도 다 잊은 채 놀이동산에 놀러 온 아이들처럼 마냥 신기해하며 모두 방방 뛰었다.(…) 하~ 내일은 발이 성할까”
위기청소년 쉼터이자 대안학교인 경남 창원 범숙학교 학생들이 낙동강(80㎞)과 섬진강(80㎞)길을 걷는 ‘아름다운 도전’에 나선 것은 지난 15일이었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갑던 그날 아이들은 무려 18km를 걸었고, 몸은 묵은 파김치처럼 흐느적거렸지만 마음은 가을 하늘처럼 맑았노라고, 송선미(중3)양은 여행기에 적었다.
가출소녀를 보호하며 사회 복귀를 돕는 범숙학교가 2002년부터 대안교육 심성치료 프로그램으로 자체 개발한‘아름다운 도전’프로젝트는 올해로 9번째다. ‘다시 쓰는 가족 이야기’라는 주제로 학생 15명과 자원봉사자, 교사 25명 등 40명이 4개조로 나눠 출발한 팀들은 25일까지 강을 따라 걸으며 새로운 대안가족을 설계하게 된다. 학생들은 프로그램 중에 농촌봉사활동 및 문화공연, 할머니 집 민박을 통한 손녀 되기, 집안 대청소 등 현장체험 학습 등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정도 체험하게 된다.
‘바울라 집’조 학생들은 김영섭 인솔교사와 함께 17일에는 정토마을에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일일 손녀가 돼 허드렛일에서부터 힘든 농사일까지 마다 않고 거들며 소중한 땀방울을 쏟았다.
또 이 학교 하둘남 교장이 속한 ‘가나 집’조 학생들은 함안에서 밀양까지 낙동강을 따라 38㎞길을 걸어 16일 밀양 천태산에 도착한 뒤 천태사 주지스님의 ‘산중 특강’등으로 한나절을 보내고 17일 오후 밀양시 삼랑진읍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인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하룻밤을 묶으며 참된 봉사의 의미를 체득하면서 남을 위한 배려와 사회성을 회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다.
합천성당에서 작중마을까지 20㎞를 걸은 둘째 날(16일) 최나리(중2) 양은“이렇게 도보로 여행을 하면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아름다운 강도 보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말도 주고 받고 또 함께 웃으니까 정말 즐거웠다”며 성취감이 물씬 묻어나는 여행기를 적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함으로써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려는 ‘아름다운 도전’의 기획 의도에 10대 소녀들은 잘 따라가고 있고, 그들과 동행하며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는 하둘남 교장의 얼굴에도 피로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 교장은“이번 도전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그 삶을 만나고 느끼면서 가족의 모습을 재창조하고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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