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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슈퍼스타K’ 김용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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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슈퍼스타K’ 김용범 PD

입력
2010.10.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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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에도 밤 11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드는 중학생 딸이 밤새 TV 앞에서 ‘문자질’을 하는 것이 놀라웠지만 ‘애들 놀이려니’ 여겼다. 한데, 지난 추석 때 집안 어르신들이 출연자들 노래 솜씨며 집안 사정까지 줄줄이 꿰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곤 입이 딱 벌어졌다.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잇달아 경신하며 ‘슈스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 얘기다.

금요일 밤 11시, ‘슈퍼스타K 2’가 시작할 무렵이면 인터넷은 온통 이 프로그램 얘기로 들끓는다. 심심찮게 불거지는 논란과 시비도 공정사회라는 요즘의 화두와 묘하게 얽히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반증한다. 지난 14일 오후, 다음날 생방송을 준비하느라 이틀 밤을 샜다는 ‘슈퍼스타K 2’의 김용범(35) PD를 어렵게 만났다. 지난해 시즌1부터 연출을 맡고 있는 그는 “얼굴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노래로 롱런하는 진짜 스타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 가요계가 풍성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_ ‘케이블의 대반란’으로까지 불리는 시청률 대박의 주역이 된 소감은.

“지난해 시즌1 시작할 때 목표가 시청률 2%였다. 케이블은 1%만 넘어도 ‘대박’이고, 2%면 투자비는 뽑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시즌1을 8.47%로 마치자 다들 ‘올해엔 10% 넘어야지’ 했다. 부담이 컸다. 동시간대 케이블 시청률을 전부 합쳐도 15%가 안 된다는데 그걸 넘었으니… 좋긴 한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다 끝나봐야 알 것 같다.”

_ 광고 수입도 늘었을 텐데, 보너스라도 받았나.

“시즌1의 성공 덕에 광고가 완판(가능한 광고 물량 완전 판매)된 상태로 프로그램을 시작했기 때문에 중간에 광고나 협찬 요청이 와도 끼워 넣을 여유가 없었다. 올해 성과는 내년 시즌3에 반영될 거다. 보너스는, 회사(CJ E&M)가 원래 짜기로 유명해서…. 윗분들께 말씀 좀 잘 해달라.”(웃음)

_ 간판으로 ‘슈퍼스타’를 내걸었는데, 어떤 것을 염두에 두었나.

“한마디로 롱런하는 사람이다. (가요계에) 반짝 스타가 많은데,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으로 오래도록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가수를 배출하는 게 목표다. 심사위원들이 음악성을 따지면서 한편으론 스타성을 언급하니 모순 아니냐는 분들도 있는데, 스타성이란 조각미남 같은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저 사람 노래 계속 듣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 사람만의 매력, 그게 스타성이라고 생각한다.”

_ ‘슈퍼스타K’의 K는 무슨 뜻인가.

“그냥 슈퍼스타 하면 평범하니까 ‘King’ ‘Korea’ 등 여러 의미로 붙인 건데, ‘Korea’로 보면 된다. 기획 단계부터 꿈이 커서 일본으로 뻗어가면 슈퍼스타J, 태국에 가면 슈퍼스타T, 중국은 슈퍼스타C, 이렇게 할 작정이었다. 올해 LA 예선을 통해 일단 (해외 진출의) 물꼬를 텄다고 본다.”

_ 국내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회사 차원에서 3년 전부터 기획했던 것이다. 실은 이미경 CJ E&M 부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고 아티스트들과 교류도 많은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장르의 파이를 키우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가요계는 아이돌 중심이고 기획사들은 중고생만 뽑기 때문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슈퍼스타K’ 출연자들이 주로 20대인데, ‘쟤 트레이닝시키면 서른 되는데 뭘 어떻게 하냐’는 게 기획사들의 기본 마인드다. 잘해야 보컬 트레이너밖에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공익적’ 취지에서 시작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망할 게 뻔한 프로그램에 누가 스폰서로 나서겠나. 계속 엎어지다가 재작년 가을 CJ제일제당의 두부브랜드 행복한콩이 후원을 해줘 시즌1 제작에 들어갔다. 음악과 두부가 뭔 상관이냐 싶었는데, 크게 보면 둘 다 건강하고 즐거운 삶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며 투자를 결정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두부를 PPL(간접광고)로 넣다 보니 ‘쟤들은 왜 만날 두부만 먹냐’는 비아냥도 들었다.”(웃음)

_ 공익성을 가지면서 시청률도 올리려니, 부담이 컸겠다.

“사실 피하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 스타들 총출동하는 연말 시상식도 기껏 2~3% 나오는 판인데. 고민 끝에 내가 주로 해온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접목했다. 노래란 감정의 표현인데, 배경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아, 이 친구의 노래는 이렇게 나왔구나’ 하고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해외 프로그램을 보면 별다른 장치가 없어도 출연자들이 무대 위에서 속마음까지 거침없이 드러내지만 우리 정서는 그렇지 않다. 그냥 무대에 나와 노래만 부르게 하면 노래 말고는 얼굴밖에 판단할 게 없을 것이다.”

_ 말하자면 리얼리티적 접근이 성공 비결인가.

“한 요인이다. 더 보태자면 그냥 ‘인간극장’이 아니라 꿈에 대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출연자들을 보면 가정사가 하나같이 순탄치 않다. 그림을 그리려면 물감과 붓이 필요하고, 요리사가 되려면 최소한 밀가루 살 돈은 있어야 하지만, 음악은 목소리 하나면 된다. 밑바닥에서도 꿈을 꿀 수 있다는 얘기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내 딸 아들 같고, 동네 오빠 동생 같은 이들이 나오니까 시청자들이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_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넘어 신드롬으로 번졌다. 이른바 ‘슈스케 신드롬’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신드롬이란 말처럼, 너무 달아오르다 보니 프로그램에 대해 실체 없는 논란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속상했다. 하지만 아이돌 일변도인 가요계의 다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의미가 있다. 마지막 남은 존 박은 잘 생겼지만 춤도 잘 못추고 목소리도 곱지 않다. 허각은 키도 작은데다 통통하다. 이들은 아이돌 그룹엔 절대 들어갈 수 없지만,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다. 시즌1에서 배출된 가수들이 음원 순위가 높아도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등 벽은 여전히 높다. ‘슈퍼스타’ 무대에서는 스타였던 친구들에게도 밖(주류 가요계)은 여전히 춥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인지 모르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계란 껍질이 두꺼워져서 바위를 치더라도 깨지지 않고 튕겨 나와 계속 바위를 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_ 지상파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데, 어떻게 보나.

“환영한다. 꿈이 있고 기회가 절실한 사람들에게 그만큼 문호가 넓어지는 것 아니냐. 모 방송사는 지원서까지 우리랑 똑같이 만들었더라. 외주 카메라 감독도 데려갔다. 다 괜찮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색깔이 있으니까 (경쟁력은) 걱정 안 한다. 다만 한 가지 우려하는 것은 시청률 안 나온다고 금세 폐지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음악산업을 키워보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없더라도 도전자들을 끝까지 아껴주고 뒷받침해주면 좋겠다.”

_ 국민문자투표 60%, 심사위원 평가 30%, 사전투표 10%로 매주 탈락자를 가린다. 스마트폰으로는 중복투표가 가능한 점 등을 이유로 공정성 논란도 빚어지는데.

“우리의 희망사항은 본선에선 시청자 투표 100%로 뽑는 거다. 시청자들의 극히 일부만 투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앞으로 도전자들의 음원을 사주고 응원부대가 돼줄 사람은 바로 적극적으로 투표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심과 결과를 놓고 다른 의견이 있다는 건, 대중의 취향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것 때문에 서로 헐뜯지만 않으면 논란 자체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_ 22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제작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시즌1 때보다 올해 참여 연령층이 많이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20대 주축이고 30~40대 분들은 본선 무대에 거의 오르지 못했다. 시즌2를 어르신들도 많이 보셨다니 내년엔 중장년층의 도전도 많아질 거라 기대한다. ‘한국의 폴 포츠, 수전 보일’을 찾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다.”

_ 시즌 3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

“회사 차원에서는 글로벌 오디션을 추진할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만하고 싶다. 몸이 너무 상했다. 우리가 배출한 ‘아이들’은 어떻게든 ‘애프터 서비스’를 확실히 해주고 싶다. 매 시즌 아이를 낳는 심정이다.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이미 낳은 아이들 돌보기도 벅차다.”(웃음)

_ 김 PD도 유명해졌다. 지상파에서 러브콜은 없나.

“전혀 없다. 있다 한들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겠나.(웃음) 나는 음악을 무척 좋아해 Mnet에 입사(2002년)했고, 케이블의 특성을 즐기는 사람이다. ‘케이블다운’ 모험 정신, 도전 정신이 담긴 새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겠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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