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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33인 "다시 광부로 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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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33인 "다시 광부로 일하겠다"

입력
2010.10.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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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다가 69일 만에 구조된 33명 광부들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광부로 일하겠다”며 한 목소리로 언론에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 2명을 제외한 31인은 병원에서 퇴원, 꿈에 그리던 집에서 70여일 만에 첫 밤을 보냈다.

구출광부 중 한 명인 요니 바리오스(50)는 16일(현지시간) 집으로 몰려든 취재진이 광부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묻자 “물론이다. 조금 쉬고 싶을 뿐,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광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제안과 유럽 명문 축구클럽의 경기관람 초청에 대해선 “700m 지하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700m 하늘 위로 올라가고 싶지도 않고, 집에서 700m 이상을 떠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다른 구출광부 아리엘 티코나(29)도 “몇 달 쉬고 광산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몰 생활 중에 태어난 딸에게 스페인어로 희망이라는 뜻인 ‘에스페란사(Esperanz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번 경험 덕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인생에 최우선임을 깨달았다는 말도 했다.

앞서 언론을 피해 몰래 병원을 빠져 나오기도 했던 광부들 가운데 후안 이예야스 등 7명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취재자제를 촉구했다. 다른 광부 빅토르 세고비아는 집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에게 “이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살아남은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광부들은 69일 간의 매몰 생활에 대해서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제작, 책 발간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광부들의 사생활까지 파고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구출된 뒤, 아내를 두고 애인을 선택한 바리오스에게 ‘카사노바 간호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가 지하갱도에서 광부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땅 위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간호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칠레는 ‘무결점 구출작전’의 명성을 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16일 영국으로 향하면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구출광부들이 지하에서 가져온 돌 2개를 선물키로 해 화제가 됐다.

한편, AP통신은 구조당일 북한 국영방송이 현장 취재를 왔었다는 기존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정정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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