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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로스쿨 '학생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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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로스쿨 '학생들 사라진다'

입력
2010.10.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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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지난해 지방의 A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민모(27ㆍ여)씨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했다. 지원 당시 지인들 대부분이 “충분히 서울소재 로스쿨에 합격할 수 있는 데 왜 지방대로 가느냐”고 만류했지만, 민씨는 “비록 지방대라고 해도 의욕적으로 로스쿨을 유치한 만큼 교육여건도 서울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고향에 있는 로스쿨을 택했다. 졸업 후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합격 여부도 불투명한 시험에 매달리느니 3년간 실무경험을 쌓아 안정적으로 변호사가 되는 것이 낫겠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관련기사 3면

그러나 1년반이 지난 현재 민씨의 생각은 180도 변했다. 민씨는 “이름만 로스쿨이고 등록금만 비쌌지 학부때와 비교해 특별한 내용이 없다”며 “로스쿨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변호사 시험 준비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방학때 서울 신림동의 학원이나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 보충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현실이 이런 줄 알았으면 좀 힘이 들더라도 서울 지역 로스쿨 시험을 봤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학교 간판이라도 그럴 듯 하지 않았겠느냐”고 푸념했다.

올해 서울의 명문 사립대 로스쿨에 입학한 김모(29)씨는 지난해 지방 B대 로스쿨 1기로 입학했다가 ‘반수(半修)’를 거쳐 갈아탄 경우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까지 마친 상태에서 뒤늦게 법조인의 길을 택했던 김씨는 “처음에는 합격이 목표였기 때문에 지방대 로스쿨을 선택했지만 딱히 연고가 있는 곳도 아니고, 원하는 로펌 취업을 위해서는 결국 스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말로 지방로스쿨 탈출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비법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된 뒤에도 인맥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했고, 이 점이 부담스러웠다”며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신규 변호사와 경쟁해야 할텐데 로스쿨에도 분명한 서열이 존재하는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도 명문 로스쿨을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재수를 하면서 적지않은 돈과 시간을 날린 셈이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지금 다니는 로스쿨에도 지방로스쿨를 그만둔뒤 다시 입학한 학생들이 4명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도입된 로스쿨이 위기다. 서울 지역 로스쿨과 지방 로스쿨 간의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방 로스쿨 학생들은 부실한 교육 과정과 학교 ‘간판’을 통한 소위 스펙쌓기를 이유로 서울 지역 상위권 로스쿨로 엑소더스(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ㆍ하위권 로스쿨은 공동화 현상이 목도된다.

지역 인재 육성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양질의 법률 서비스 제공 등을 목표로 전국 25곳에 설치된 로스쿨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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