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18년 월드컵 유치 의사를 철회하고 2022년 월드컵 ‘올인 체제’를 선언했다. 그러자 잉글랜드가 15일(한국시간) 곧바로 2022년 월드컵 유치 의사를 접고 2018년 월드컵 유치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모두 유치 의사를 밝혀왔던 미국과 잉글랜드는 12월2일 월드컵 개최지 발표를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한 셈이다.
잉글랜드와 미국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월드컵 유치 판도 자체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충격파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2018년 월드컵 유치 포기로 ‘2018년 유럽’, ‘2022년 비(非)유럽’ 개최지 구도가 확정됐다. 2022년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미국의 가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는 “미국과 잉글랜드는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대원 2022년 월드컵 유치위 사무총장은 “미국과 잉글랜드가 전략적인 카드를 밝힌 것뿐이다. 우리는 두 나라가 이 같은 전략카드를 사용할 줄 알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잉글랜드의 암묵적인 지지 의혹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루머일 뿐”이라며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정한 경쟁과 신사적인 행동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다”고 일축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어“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도 ‘전략카드’가 있다. 전략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22년 월드컵 개최 시 세계축구기금 7억7,700만달러(약 8,700억원)를 조성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이에 반해 유치 경쟁국 일본은 우리의 10배 가까이 되는 60억달러(6조6,750억원)를 들여 전세계 곳곳에 3D 전광판 건설을 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달 말 스위스 취리히에서 FIFA 집행 이사회가 열린다. 이사회를 통해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 결정 절차가 정해진다. 한국 유치위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기여’, ‘개도국 발전의 상징적 모델 한국’, ‘저비용 고효율의 인프라 확보’, ‘길거리 응원 문화 코드 창조’ 등을 기치로 내세워 유치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7억 달러가 넘는 유치위의 전략카드가 잉글랜드-미국의 ‘뒷거래’와 일본의 천문학적인 선물공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