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녀들에게는 절대 먹이지 않을 음식들이 구호라는 이름으로 바다 건너 가장 가난하고 약한 아이들에게 보내지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유니 카루나카라 의장)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수십만명의 세계 어린이들이 질이 형편없고 심지어 몸에 해로운 음식을 구호식품 명목으로 받아서 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원래 아이들에게는 우유가루, 땅콩, 비타민 등 미량영양소로 만든 구호식품인 RUTF(Ready-to-use Therapeutic Foods)가 제공돼야 한다. ‘플럼피’라는 상품이 대표적인 RUTF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부 국가들이 비용절감을 요구하면서, 영양가 높은 RUTF 대신 CSB(Corn-Soy Blend)라는 질 낮은 식품이 주로 제공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래된 옥수수와 콩을 밀가루와 섞어 만든 제품으로 비타민 등 미량영양소가 결여돼 있을 뿐 아니라, 영양소 흡수능력을 막는 반영양소(anti-nutrients)도 들어있다. 또 어린 아이들의 작은 위로 소화하기에는 너무 거칠고 크다. 2년 전 개정된 유엔 기준은 물론, 1960년대의 국제기준에도 못 미치는 식품이다.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조사한 결과, CSB를 먹은 아이들의 19%가 병원 치료를 받아 RUTF를 먹은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비율(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세계식량기구,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도 지난 3월 유럽 집행위원회에 RUTF 제공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서한을 보냈다. 세계식량기구측은 “CSB는 상당히 자란 아이들에게 한정해 제공해야 하며, RUTF가 비싸다면 CSB의 질을 더 높이는 방안으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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