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편법 상속ㆍ증여와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태광그룹이 현금으로 보관하던 수천억원대의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태광그룹이 실제 로비자금으로 현금을 뿌렸을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려워 수사가 자칫 난항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태광그룹 소액주주 대표로 검찰에 사건을 제보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태광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모두 현금으로 조성해 이 회장 모친이 관리하고 있다"며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2006년부터 로비전을 벌일 때도 증거가 남지 않는 현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대표의 진술에 따라 2008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이 태광그룹의 집중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행령을 개정할 당시 상임위원 이상 방통위 간부 5명 가운데 1명만 태광그룹 유선방송사업자(SO)의 큐릭스 인수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태광그룹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군인공제회와 체결한 이면계약의 적법성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태광관광개발이 2006년12월21일 군인공제회와 작성한 5쪽 분량의 이면계약서를 통해 "군인공제회가 큐릭스를 인수하면 태광관광개발에서 2009년 1월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합의해 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측이 약 15만주의 태광산업 주식(전체 지분의 약12%, 시가 1,600억원 상당)을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 관리해 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명주식의 일부 소유자 주소가 그룹 본사로 돼 있고 실소유자들이 주식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채무 담보로 질권을 설정한 사실 등으로 미뤄 차명주식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태광그룹 관계자는 "비자금이 로비에 쓰였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차명주식은 2007년 법적으로 정리됐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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