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큐릭스홀딩스 인수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불거졌던 사안인데도, 그 폭발력만큼은 훨씬 커 보인다.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 착수와 함께 태광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백억원대의 차익 실현 정황 등이 새롭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12월 군인공제회와 화인파트너스는 큐릭스홀딩스의 대주주 원재연(지분 97.5%)씨로부터 지분 30%를 900억원(1주당 5만1,250원)에 사들였다. 그 배경에는 "(군인공제회 등이 인수한) 큐릭스 지분을 2009년 1월 다시 태광 측에 넘겨주되, 원금 보장과 연 10% 복리이자로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태광관광개발과 맺은 옵션 계약이 있었다. 큐릭스 지분 인수를 원했던 태광그룹이 군인공제회 등을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의 방송권역(전국 77개) 보유 한도는 '전체의 5분의 1'이어서, 이미 14개 권역을 보유하고 있던 태광그룹의 계열사 티브로드홀딩스는 큐릭스 인수 자체가 불가능했다.
의문은 계약서에 향후 수익보장의 시점을 '2009년 1월'로 명확히 못박았다는 점이다. 2~3년 안에 방송권역 규제 조항이 완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태광 측이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8년 12월 방송권역 보유지분 한도를 '전체의 3분의 1'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 길은 활짝 열렸다. 이미 오래 전부터 태광그룹에서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나 국회의원 등을 향해서 각종 로비를 벌여 왔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듬해인 2009년 1월부터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는 공개적으로 본격화됐다. 티브로드는 큐릭스의 지분 70%를 2,584억원(1주당 6만3,060원)에 사들였고, 5개월 뒤에는 나머지 30%도 확보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고 공시했다. 문제는 나머지 30%를 누구를 통해서 사들였는지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군인공제회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태광관광개발로부터 직접 사들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각에선 태광그룹 비상장 계열사가 중간에 끼어 오너 일가가 거래 차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태광그룹은 큐릭스 지분 100%의 매입가가 3,968억원이라고 밝혔는데, 단순 계산대로라면 지분 30%의 가격은 1,384억원이 되고, 이는 태광관광개발이 군인공제회에서 지분을 인수한 금액으로 추정되는 1,097억원에 비해 287억원의 웃돈이 붙은 금액이다. 즉,'태광관광개발 → 티브로드홀딩스' 사이에서 287억원의 차액을 누군가 챙긴 셈이 된다.
지난해 4월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태광그룹 측의 이면계약을 통한 큐릭스 인수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달 그대로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도 편법 인수 의혹을 내사했으나 올해 4월 무혐의로 종결했다. 당시 검찰관계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인수 승인을 받은 게 아닌지 여러 각도로 살펴봤으나 특이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태광그룹이 방통위 행정관을 성접대하는 등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신빙성이 떨어져 내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아직 안 이뤄졌다는 얘기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그룹 비자금의 사용처 추적과 함께 큐릭스 인수과정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이뤄질 경우 그 파장은 예측불허"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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