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티브로드, 대한화섬 등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태광그룹은 자산규모 14조9,000억원으로 재계 40위권 기업이다. 적지 않은 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오너인 이호진 회장은 외부 활동을 일체 하지 않는 등 철저한 은둔형 경영자로 유명하다.
기업 경영진 모임은 물론이고 언론 인터뷰 등에 일체 응하지 않는다. 심지어 직원들 조차 얼굴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태광그룹에 몸 담았던 전 임원은 "비서조차 대동하지 않고 혼자 움직인다"며 "직원들과 만남의 자리 조차 갖지 않아 얼굴을 모르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장 뿐 아니라 부친인 고 이임용 전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전 회장도 일체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굴곡진 정치와 관계가 있다. 태광그룹은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수 차례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는 등 정치권에 시달렸다. 이 회장의 외삼촌이 당시 야당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였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이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씨의 동생이다. 그 바람에 태광그룹은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피하며 언론과 멀어져 갔다.
그룹의 모체인 태광산업이 적극적 홍보가 필요없는 섬유 사업을 한 것도 연관이 있다. 이선애씨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의류사업을 시작해 돈을 벌었고 규모가 늘어나자 이임용 전 회장이 가세해 태광산업을 일으켰다.
은둔형 분위기는 이 회장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며 사풍으로 굳어졌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건물 등 여러 군데 부동산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서울 장충동의 작은 학교를 개조한 건물에서 주로 지낸다.
하지만 이 회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의 경영 스타일이 독단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인들은 이 회장이 결정하면 주변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전 임원은 "섬유가 사양산업이 되자 이 회장이 방송사업 진출을 결정했다"며 "당시 주변 측근 가운데 1~2명이 반대했으나 이 회장이 밀어 붙였고 이후 아무도 반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 임원은 "그만큼 추진력이 있지만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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